고교 입시가 부활되고 일제고사가 시행돼 ‘성적 통지표’까지 각 가정으로 발송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전국 시·도교육위원회 의장들은 지난 8월 27일, ‘사설 모의고사’,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등을 학교자율에 맡기고 교육부는 손을 떼라고 경고한 데 이어 9월 12일에는 전국의 교육감들이 ‘중학생 전국 일제고사’를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1997년 고교 입학 연합고사가 폐지되면서 사라졌던 일제고사가 교육감들의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초에는 진단평가를, 학기말인 12월께는 성취도 평가를, 1년에 2차례 실시’하게 된다.하지만 ‘일제고사 부활 방침이 발표되기가 바쁘게 ‘전 과목 시험 대비 수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수강생이 15% 가량 늘었다’는 보도가 말해주듯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일제고사가 시행도 되기 전에 초등학생용 문제집을 펴내는 출판사가 생기고 있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학년별·과목별 교과서 단원에 맞춰 수업을 해나가는 ‘진도식 학습지’ 제품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학력’이란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의 여부지,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교과목의 점수가 아니다. 고교가 서열화되면 교육과정이란 안중에도 없고 점수 몇 점 차로 개인은 물론 학교와 지역까지 서열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대입준비를 하는 고교생들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수학능력고사도 모자라 중학생까지 시험지옥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권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시험을 많이 치른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지만 점수경쟁은 사교육비부담 외에도 인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황폐화시키는 반교육이다. 교육이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키우는 것이지 경쟁을 통해 일등만이 살아남게 만드는 승패를 가리는 과정이 아니다.암기식 점수경쟁은 창조적인 인간양성을 목표로 하는 세계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2003년부터 시행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일제고사가 아니라 면접, 체크리스트, 관찰,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형태의 수행평가 위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 처리 또한 총점과 평균 점수 기록 중심에서 개별 학습자의 학습내용 특성별 성취 수준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술형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7차교육과정 시행목적과 다르게 일제고사를 부활하겠다는 교육감들의 결정은 교육과정조차 무시하겠다는 폭거다. 일제고사가 시행되고 연합고사까지 부활된다면 개인은 물론 학교와 지역간의 경쟁으로 나라를 시험공화국으로 내몰게 될 게 뻔하다. 점수경쟁, 학교간 서열화, 사교육 증대로 이어질 일제고사 부활시도는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