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의원들의 의정비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의 내용을 들어보면 20~30%의 인상이 유력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시민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친 후에 결정한다고 하지만 위원회 분위기는 어느 정도 굳혀진 듯 하다.지방의원들의 내년도 의정비 결정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해부터 시행된 지방의원 유급제에 대한 찬반의 이론은 차치하더라도 의원들이 4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아한 눈길을 보내는 시민들은 한결같이 의정활동의 대(對)시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크게는 주권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시대의 지방의회 모두 헌법에 규정한 의사공개의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헌법과 국회법, 지방자치법 모두가 회의의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국가안전보장이나 사회의 안녕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사항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의 경우 시민들이 알고 싶고 들어야 할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의정치의 합의체 기관인 국회나 지방의회의 의사 진행상황을 공개하라는 원칙의 취지는 단순하다. 그들을 뽑아준 국민, 시민들이 그들의 활동을 감시, 비판할 수 있도록 함이 그것이다. 우리 시의회의 경우, 본회의 내용만 시 공무원들에 한하여 모니터로 중계되고 있다. 반면 실질적으로 의원들이 비중을 두고 활동하는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위원회, 또는 특위 활동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의회측은 회의장에 오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부 회의에서 특별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기자나 공무원, 일반 시민에게까지 열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누가 직접 의회 회의장까지 직접 찾아와 방청한단 말인가. 취재 기자마저 회의 시작과 끝을 다 망라하지 못하는 판국에 시민들이 제아무리 의정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자기 일을 버리고 의회로 출근하지는 못한다.따라서 의회는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 시민들이 그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현재 시의회 회의장에는 본회의장과 소회의실(예결위원회나 특위가 열리는 곳)에만 녹화장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각 상임위원회 회의장에도 설치해야 한다.설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의원들이 실무적인 의정활동을 하는 각종 상임위, 소위, 특위, 예결위에서의 모든 회의가 일반 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공개의 방법에는 시와 읍·면·동 민원실에서의 모니터 비치 또는 지역 케이블 방송과의 연계로 위성방송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 공무원들만 자기 책상앞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회사 사무실에서, 공장내 모니터에서, 식당 TV 앞에 앉은 시민들에게도 의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공개돼야 한다는 말이다.그 어떤 논리도 의정활동 공개에 대해 반대할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다만 아직도 국민정서상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보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시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일반에 공개되면 밀실에서의 예산 나눠먹기나, 집행부와의 유착으로 봐주기 감사를 한다는 세간의 의혹도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원 개개인이 의정활동에 임하는 자세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의원들의 영리사업 겸직금지가 비록 법제화되지 않고 있더라 해도 의원유급제가 의원들로 하여금 다른 일에 관여하지 말고 시민들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의원들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지역구의 유권자들에게 의정활동을 공개하지도 않고, 또 회기가 아닐 때는 의사당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의원들도 있는데 연말이 되니 의정비를 올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나선다면 시민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열심히 일한 의원에게는 억대의 연봉도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