휑하기만 하던 담벼락이 사랑의 손길이 닿자 온기를 머금은 듯 알록달록 꽃 세상으로 물든다. 양산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회장 문상걸. 이하 어린이집연합회)와 양산대아동영어복지봉사단(단장 이옥경. 이하 복지봉사단)이 지난 3일 정신지체장애인시설 무궁애학원(원장 박민현)을 방문해 벽화봉사활동을 가졌다. 무궁애학원은 지난해부터 벽화봉사단을 찾았지만 양산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고 부산에서는 거리가 멀어서 오기를 꺼렸다. 항상 휑한 담벼락이 마음에 걸려 방도를 찾던 차에 어린이집연합회에서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어린이집연합회 이순희 부회장은 “기존에 어린이집 내부 벽화를 그려본 경험만 가지고 이렇게 무모한 시도를 했어요. 걱정이 많았지만 미술전공자가 많은 복지봉사단과 손을 잡아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죠”라고 말했다.지난달 27일 처음 벽화를 그리러 왔을 땐 무려 80여 미터에 달하는 담벼락을 보고 그림을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분을 나눠 미리 그려온 밑그림을 바탕으로 선을 그리고 색색의 페인트로 벽화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떨어지기 전인 오후 5시까지 서둘러야 했다.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제법 모습을 갖춰 알록달록 꿈동산이 만들어졌다. 보육교사이면서 복지봉사단 단원인 송수진(31)씨는 “처음 벽화를 봤을 땐 막막했는데 조금씩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다”며 “좋은 그림을 보면 하루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생활인들이 우리가 그린 벽화를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씨의 바람처럼 회원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창문너머로 바라보고 있던 생활인들은 “진짜 그림 잘그린다~, 언니 너무 예뻐요”라는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자 첫 벽화 제목을 뭐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에덴동산, 꿈동산, 꽃으로 만든 세상 등 여러 이름이 오간 끝에 ‘무궁애 동산’이 제목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