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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칼럼] 역사와 문화의 도시경쟁력..
사회

[칼럼] 역사와 문화의 도시경쟁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11/06 00:00 수정 2007.11.06 00:00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냉정과 열정사이’, ‘전망 좋은 방’은 동일한 도시의 특정장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국태생의 16세기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쓴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등도 특정 나라를 배경으로 쓴 작품들이다. 어느 나라이고, 어느 곳일까? 우선 세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나라는 이탈리아고 특정장소는 바로 같은 나라 도시 가운데 하나인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다. 두오모는 대성당(Cathedrale)이란 뜻으로 영어의 돔(Dome)과 같으며 라틴어의 도무스(Domus)를 어원으로 한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큰 도시에는 모두 동일한 이름의 두오모 성당들이 있는데 그 중 밀라노와 피렌체의 것이 유명하다.

이탈리아 중부의 유서 깊은 도시 볼로냐는 그야말로 골목길로 만들어진 도시다. 12세기에 건설돼 여전히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두 개의 탑 아시넬리(97m)와 가리센디(45m)는 이 도시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이곳을 기점으로 탑 주변의 좁은 골목길로 한 발만 들어서면 개발에 뒤쳐진 골목길과 맞닿는다. 그런데 개발에 뒤쳐진 골목길이 이탈리아 제2의 부자도시가 되었다. 뒷골목의 중소 공방들이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면서 이룩한 엄연한 경쟁력의 산실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가 있는 역사도시로만 알려졌던 볼로냐가 역사와 창의를 합해 ‘21세기형 창조 도시’를 만든 것이다.

볼로냐에는 1970년대부터 도시 외벽(옛 성곽) 밖으로 펼쳐진 주거지와 주변 농촌의 경계지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자동포장 기계제조 기업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교외지역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역사적 건축물이 몰려 있는 도심은 공동화되기 시작했다. 시는 ‘역사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이라는, 소위 ‘볼로냐 방식’의 도심 재생전략을 마련했다. 1985년부터 도심을 6구역으로 나눠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 활용방안을 세밀하게 수립했다.

옛 시설들을 현대적 용도로 전환시켰다. 이전 주식거래소는 이탈리아 최대의 디지털 도서관으로 변신시켰고 ‘팔라초 디 렌초’ 등 중세 귀족들의 저택은 대규모 이벤트와 회의를 열 수 있는 시설로 복원됐다. 이로서 볼로냐는 국제아동도서전, 체르사이에(타일 인테리어 국제전시회) 등 세계적인 컨벤션과 이벤트를 개최하는 박람회 도시로 발돋움했다. 또한 골목길의 작은 공방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했다.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을 거미줄처럼 엮는 ‘문화 창조도시’ 전략은 볼로냐만의 세계적인 명품을 낳았다. 수제 구두 ‘테스토니’와 ‘브루노 말리’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특한 도시설계와 건축기준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볼로냐 도심에 있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가 전 시가지를 회랑처럼 연결되어 있다. 아치형의 이 독특한 회랑은 ‘포르티코(portico·주랑·柱廊)’라고 불린다. 이와 유사한 형태를 홍콩, 대만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기존 도로에 뺏긴 보행공간을 건물 1층부의 절반정도를 밀어 넣어 로마 때의 ‘아케이드’(Arcade) 공간처럼 활용함에 따라 이곳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시 활력이 유발된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포르티코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볼로냐만의 특징이다. 여기에는 주민합의도 크다. 시민들이 합의하에 포르티코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도시 계획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방도시 가운데 가나자와시가 있다. 가나자와는 에도시대 상공업 중심지로 400년간 번성하였으나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점차 소외되며 도쿄와 오사카, 나고자 등에 뒤쳐지면서 흔한 작은 마을로 쇠락해갔다. 퇴락의 길에서 벗어나게 된것은 1968년 전통환경보존조례를 시작으로 마을보존조례, 옥외광고물 조례, 용수보존조례, 연도경관형성조례, 야간경관형성조례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면서 부터다. 특히 1995년 ‘가나자와 세계도시구상’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를 만들어 시민들의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에도시대 당시 밤이면 게이샤들의 웃음소리가 흐드러져 게이샤거리로 불렸던 히가시차야 거리는 일본 전통차와 지역의 특산물을 파는 거리로 탄생되기에 이르렀고 가나자와시는 최근 지역전통의 공예를 기반으로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양산은 경쟁력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고 지역 특유의 정서가 담긴 역사와 문화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양산의 도시경쟁력이 지금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으로부터 유발되지만 도시의 성장은 유기체와 같아서 언제부터 역사와 문화가 중요해지고 도시의 경쟁력이 그것으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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