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정맥의 잎사귀들
물마루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방천난 내 삶의 논둑 위에
키 큰 한 그루 든든한 나무로 서 계신 당신, 사랑을 얻으면
병도 덤으로 오는 겁니까
저문 들판에 나아가
낮게 고개 숙인 강물을 바라보며
깊은 그늘의 여름과 작은 풀꽃들의 이마 위에
텅 비어 오히려 탱탱해진 가을의 침묵 속에
내 맑은 울음소리 울울울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솟아나오는 땀방울을 어찌할 수 없듯이
삐져나오는 눈물방울 막을 수가 없듯이
우리 산맥 같은 사랑 그 누가 막겠습니까
그대를 선택한 이 뚜렷한 사랑이
파탄을 향한, 상처를 향한 직통노선이라 하더라도
당신을 향한 발걸음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귀뚜라미 소리 점점 깊어갑니다
그대에게 가는 내 발자국 소리도
새벽까지 깊어갑니다
<유용주>유용주 시인 1960년 전북 장수 출생. 199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신동엽 창작기금. 시집으로『가장 가벼운 집』, 『크나큰 침묵』, 『은근살짝』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 소설로 『마린을 찾아서』가 있다. --------------------------------------------------------------------------이 세상 천지에 사랑시 아닌 시가 어디 있으며 눈물 아닌 사랑이 아닌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눈물이 뒤따르지 않은 사랑을 믿을 수 없듯이 우리는 사랑이 깃들지 않은 시인의 시를 믿을 수 없습니다. 이 시에서는 길가에 서서 누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랑이 보일 듯합니다.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며 길 위에 울고 있는 사랑, 숨죽인 신음소리와 함께 상처 입은 사나이의 애끓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비바람 지나간 저녁, 새벽은 천리나 만 리 밖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는 듯…. 사랑은 같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확인하게 되나봅니다.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