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는 처음 왔는데 공연장이 아담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줘서 좋아요”
임동민은 감기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처음 만나는 양산관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은 그를 강렬한 향이 아닌 은은한 향내로 마음속을 가득 채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단조로운 검은 정장과 대비되는 하얀 얼굴과 여린 몸은 그가 추구하는 학구적이고 투명하며 선명한 선율과 잘 어우러진다. 하지만 임동민은 자신이 학구적이며 이지적이고 철학적인 연주자로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찬사를 받을 수준이 못 된다는 아주 겸손한 이유 때문이다.쇼팽으로 데뷔해 줄곧 쇼팽의 음악세계를 연주해 온 그는 올해 들어가진 독주회에서 줄곧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했다.
“쇼팽과 너무 오랫동안 사랑을 했어요. 레파토리를 조금 바꾸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곡을 들려주고 싶었어요”양산에서도 베토벤 소나타31번과 32번, 리스트의 나단조를 그만의 섬세한 연주로, 베토벤이 귀머거리가 된 후 상상의 소리로 인간의 깊은 내면세계를 드러내고자 한 것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81년생으로 곧 30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앞으로 어떤 음악세계를 쌓고 싶을까.
“별똥별처럼 한 번 반짝였다가 순간 사라지기보단 꾸준히 내면을 닦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지나간 과거와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보단 내가 살고 있는 오늘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야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만의 향기로 가득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