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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김용택칼럼] 한 줄로 세우는 수능..
사회

[김용택칼럼] 한 줄로 세우는 수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11/16 00:00 수정 2007.11.16 00:00

전국의 고3학생과 재수생 5~60만명을 한줄로 세우는 연례행사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행사는 공무원의 출퇴근시간은 물론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조절하는 거국적인 행사다.

개인적으로는 12년간 노력한 결과를 평가받는 날이요, 인생의 운명을 좌우하는 날이기도 하다. 수험생 부모들은 일찌감치 절이나 교회에 나가 자기가 믿는 신에게 자녀들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해 달라고 백일기도를 하거나 정성을 바치는 날이다.

달리기를 잘하는 학생과 컴퓨터를 잘하는 학생, 노래를 잘하는 학생과 작곡을 잘하는 학생을 달리기시켜 등수를 매겨 1~2등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같은 종목이 아니라 육상선수와 수영선수를 높이뛰기로 1, 2등을 매긴 등수란 의미가 없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체질적으로 육상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다. 개성이나 소질을 무시하고 국어, 영어, 수학 점수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서열을 매기는 수학능력이라는 경쟁은 과연 정당하고 공평한 경쟁일까? 수능이란 전국의 수험생 5~60만명을 한 줄로 세우는 경기다.

지난해였던가? 재수생 입시원서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40세는 족히 됐음직한 사람이 수능원서를 제출하러 왔다. 아들을 대학에 보낼 학부모는 아닐 것 같아 "본인이 와야 하는데요?" 했더니 "본인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재수생들이 원서를 접수하러 오는 경우는 졸업한지 1, 2년, 많아야 군대를 졸업하고 2, 3년 지난 나이 또래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40이 가까운 사람이 원서를 써 내겠다고 왔으니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 이런 저런 걸 물었다.

그분은 서울에서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마치고 해외유학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후 백방으로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취업이 안 되자 교대를 지원해 선생님이 되겠다고 수능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이분이 수능을 잘 치러 교대에 입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성이나 창의성 같은 것은 고려치도 않고 우선 '내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진학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진로 결정이 이런 비극을 낳은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한 개인의 예에 불과하지만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무시한 채 일류대학을 꿈꾸고 있는가? 우선 '졸업장부터 따 놓고 보자', 자신의 소질과 특기가 아니라 점수에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진로선택이 수많은 청소년들을 방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입학만 하면 졸업장을 주는 곳이 아니라 학문을 연구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학이 '얼마나 탁월한 능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간으로 길러냈는가'가 아니라 무슨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해 버리는 이상한 풍토가 우리 교육을 백척간두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의 4분의 1, 국회의원의 3분의 1 이상, 법조인의 절반, 행정부 최고위직의 3분의 2가 서울대학교 졸업생들로 채워지는 나라에서 학벌은 계급이요, 신분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을 억제'해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특히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목적은 하난데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후보는 '자율형 사립고와 농어촌 서민 자녀용 공립기숙학교를 확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다른 후보는 '대학입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이러한 공약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또 현실성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개성과 소질을 개발해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창조성 교육이 아니라 국영수 점수 몇점에 목을 매는 교육. 아이들은 죽음으로 항의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시대에 역행하는 암기위주의 지식교육으로 한줄 세우기를 계속할건지…. 이번에는 정말 교육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줄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
 

김 용 택 ---------------------------------------------------------------------------------------------------

1945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그 또래 사람들이 그렇듯이 6·25사변과 4ㆍ19. 5ㆍ16이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살아 왔다. 뒤늦게 교육운동에 뛰어들면서 교사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참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 이야기와 MBC 미디어 센터에서 ‘김용택의 교육 이야기’를 제작해 매 주 월요일 방송하고 있다. 저서는 《이 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도서출판 불휘》, 《현대사 자료집 /전국역사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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