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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할머니가 건넨 약손 같은 따뜻한 시..
사회

할머니가 건넨 약손 같은 따뜻한 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12/04 00:00 수정 2007.12.04 00:00
노인회, 제1회 할머니 시낭송 발표회

오늘은 우리 어머니가 보고 싶다
외치고 불러 봐도 대답이 없다
엎어지고 넘어져도 우리 어머니

…(중략)…

저승길이 길이라면
오고가고 할 수 있으련만
저승길이 길 아니라
한번 가면 못 오시네
열고 닫고 할 수 없어
한번 가면 못 오시네
아 오늘은 우리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최경애 <우리 어머니>

 

찬 바람이 코 끝을 시리게 하는 요즘 할머니 약손과 같은 따뜻한 사랑을 담은 시 낭송회가 열렸다. 지난달 27일 (사)대한노인회 양산지회(회장 김상봉, 이하 노인회)가 주관한 제1회 할머니 시 낭송 발표회가 예술회관 소 공연장에서 열렸다.

노인회는 어렵고 힘든 시절에 태어나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이 늦게나마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지난 3월부터 지회 식당을 강의실로 개조해 할머니 한글교실을 운영해왔다.

이날 시 낭송 발표회는 할머니들이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우며 매주 2회 2시간씩 배운 한글로 서툴게 마음을 담은 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어머니와 친구를 향한 그리움과 글 배우는 재미, 가을여행, 꽃비 등 다양한 소재로 시를 쓴 27명의 할머니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쓴 시를 마음을 담아 낭송했다. 시 낭송이 끝난 후에는 모든 할머니들이 한 마음으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불러 애틋하고 훈훈한 시간을 만들었다.

노인대학 반장으로 제일 처음 시낭송을 한 최경애(74, 북정동)할머니는 “한글교실을 통해서 글을 깨우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며 “맞춤법과 문법이 틀린 첫 작품을 어곡동 어실공원에 전시했을 때의 벅찬 감동이 오늘 시낭송회 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자신이 발표한 시 <우리 어머니>를 “겨울이 다가오자 가난하게 한평생을 살다 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시를 지었다”고 설명하며 “가슴에 있는 말을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정영숙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글 선생님을 자청한 정영숙 씨는 “황혼길에 서서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는 우리들의 삶일지 모른다”며 “오랜 세월 속으로 삼켜온 이야기를 풀어낸 이 분들의 마음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는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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