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연봉이 4천만원이 넘는 시의원들이 그 위상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많은 시민들이 고액의 의정비 수준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고 의원 스스로도 고액의 연봉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문제는 의원 연봉제에 대한 확고한 개념의 확립이다. 비록 법규상 의원들에 대한 영리 겸직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반 근로자 보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의정비가 지급된다는 것은 의원들이 생계를 위한 다른 일에 개입하지 말고 시민을 대변한 의정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취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시의원들의 의무와 기능은 명백하다. 풀뿌리민주주의의 한 방식으로 주민을 대표해서 집행부인 시의 정책을 견제하고 예산을 심의하면서 사업집행을 감독하는 한편 공직자의 직무수행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이 중에서도 본회의에서 시정질의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집행부의 수장이나 고위공직자를 불러놓고 중요한 정책수립의 근거를 따지고 잘못을 지적하는가 하면, 시민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점을 꿰뚫어 집행부로 하여금 시정과 분발을 이끌어 내는 시정질의야말로 의원들이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의정활동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생각되기에 충분하다. 무릇 우리가 과거 국회에서의 사자후(獅子吼)를 보여준 몇몇 국회의원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기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으로 정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함께 국민의 편에 선 바람직한 대안의 제시를 함께 했기 때문이다.제 94회 시의회 정례회 현재 진행중이다. 지난주에는 내년도 당초예산 심의와 함께 시정질문이 정례회에서 펼쳐졌다. 이 날 발언대에는 네 사람의 의원들이 나와 시장을 상대로 자신들이 준비한 시정질문을 했다. 본회의에서의 시정질문은 현장에서 직접 영상화되어 실시간으로 시청 내부회로로 공개된다. 따라서 시정질문과 답변이 공무원 내부에서나마 중계방송되는 것이다.많은 관계자들이 시정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한결같이 생각하는 것은 집행부가 긴장하고 당혹스러워 할 만한 신랄한 질문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부 의원의 몇 가지 질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질문이 수박겉핥기 식이라는 평을 들을 수 밖에 없고, 오히려 집행부로 하여금 실적을 자랑하거나, 시정 추진의 배경에 대한 해명성 발언을 나열할 빌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어떤 의원은 외형상 상대적으로 많은 질문 수에도 불구하고 알맹이가 없는 질문을 퍼부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하고 시의 입장을 선전하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의원들이 시정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에 포함된 정책이나 사업의 배경과 문제점, 개선돼야 할 항목이나 예산수반 사항 등 제반 내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숙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집행부의 공직자들이 자신들이 시행하는 직무에 대해 다시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고 잘못된 부분이라고 지적되는 것에 대해 또다른 논거를 제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행과정에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정책을 수정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의원들의 연구하는 자세가 특히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의원처럼 보좌관이나 전담 직원을 활용할 수 없는 처지에서 전문위원들의 도움만으로 모든 시정의 사안들을 챙겨본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회기에 앞서 자신이 어떤 방향을 설정해서 의안을 처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다수의 의원들이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의원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의안의 처리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보내고, 여타 시간에도 지역구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숙원사업과 고질민원에 대한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현대의 다양한 사회활동과 주민들의 요구사항의 변화추이는 잠시라도 주춤거렸다가는 황새걸음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만치 급변하고 있다. 의원들이 4년간의 의원생활을 끝내고 다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시기가 오면 그동안의 노력과 활동실적이 결국 다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아마도 그 때에는 유급제의 산물로써 분명한 수치로 계량화된 의원활동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