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5백만표 이상의 차이로 압도적인 승리를 얻어 내면서 당선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동안 많은 비판과 네가티브 구호의 홍수 속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은 ‘경제살리기’가 국가적 목표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표심으로 작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어쨌든 반목과 투쟁의 시간이 지나고 화합과 상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도 안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에 감사하고 밖으로는 함께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하며 국가발전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가자고 역설했다.선진화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적 선거를 기본으로 하여 위정자를 선출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내세워 간접적인 정치활동을 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기간 중의 정당간, 후보자간의 대립과 경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선거가 끝난 뒤에는 서로를 격려하고 도움을청하는 정치적 예의가 존중되고 있다.무릇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문화적 존재감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비록 우리보다 대외 무역수지나 산업경쟁력에서는 다소 뒤쳐질지 모르지만 오랜 자유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사회의 시민의식이 고도의 수준을 유지하므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나라들이라 볼 수 있다. 우리 고장은 한반도 남동쪽 변방 대도시 부산과 울산의 사이에 끼어 소비와 생산의 근거지를 많이 뺏기고 있고 시민들의 애향심도 다소 부족한 지리적 핸디캡을 안고 있다. 더구나 외지에서 유입된 주민의 분포가 80% 이상 되는 구조는 어느 도시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수요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때문에 양산의 행정을 이끌어 나가는 위정자와 공직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사회구조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토착민과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 나가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토착주민과 사회 각 계층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공동의 명제를 달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지역간의 갈등, 계층간의 갈등, 개발과 보전의 갈등, 정치세력간의 갈등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을 순리와 겸양의 자세로 풀어 나가는 상생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2년 가까운 무소속 시장의 틀을 깨고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귀한 오근섭 시장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입당 소식에 개인적 위치 확보에 무게를 둔 철새 행보라느니 시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중앙정치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니만큼 적절한 처신이라느니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그러나 어떤 복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크게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또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함으로써 시민사회에 반목과 갈등국면이 계속돼 온 점이 어떤 방향으로든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면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입당 발표까지 지역사회와 한나라당과의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은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는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 의장이 모두 같은 정당 소속으로 구성되게 되었으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시정 발전에 마찰없이 잘 굴러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당연하리라 본다.시민들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와 국회의원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와 지역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해년 한해를 보내면서 이제는 이런 반목이 사라지고 서로 손을 잡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유럽에서는 지난 21일 0시를 기하여 구소련 연방국가를 경계로 한 서쪽 24개 국 국경을 전면 개방하여 유럽대륙의 4억 인구가 한 국가적 틀 안에서 생활하는 시대가 열렸다. 동유럽의 북쪽 끝인 에스토니아에서 지중해 서쪽 끝 포르투갈까지 1만리에 달하는 유럽대륙이 여권 검사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렇듯 지구촌이 개방과 협력의 시대로 바뀌어 나가는 것처럼 우리도 좁은 지역감정을 뛰어넘어 큰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