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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미술아놀자] 미술에 대한 편견과 사랑..
사회

[미술아놀자] 미술에 대한 편견과 사랑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12/25 00:00 수정 2007.12.25 00:00

며칠 전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아이가 투덜대며, “엄마 나 미술 시험 망쳤어요. 미술 전공을 할 내가 이런 점수를 받았다는 게 충격이예요. 친구들에게 미술에 대해서는 큰 소리 치고 살았는데 .... ”라고 하는게 아닌가.

난 딸아이에게 시험지를 받아들고 찬찬히 훑어보았다. 딸아이가 어려워했던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단순히 유명한 작가의 그림과 이름을 암기 정도만 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형식적인 테스트가 대부분이었다면 이번에 제시된 문제의 유형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한 학생 작품을 예시하여 거기서 나타난 기법으로 영향을 받은 화가를 찾아내라는 것. 이것은 작가들의 작품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뿐 아니라 예시된 학생의 작품도 제대로 감상할 줄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린 학창시절에 스스로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친 시인, 작가를 한두 사람쯤은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산다. 그렇지만 화가는 별로 없다. 사람들이 모두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 한두 곡쯤은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그림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선뜻 그림 제목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문학은 친숙하게 느끼는 반면 미술은 낯설어 하거나 어려운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미술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그림을 못 그려”, “난 그림을 잘 몰라”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미술교육을 받을 때 그림 그리기 위주의 실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감상하는 행위 자체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느끼면 안다는 얘기까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취미로 시작하여 전문가보다 더 왕성한 작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가끔 보게 된다. 물론 그 의욕은 칭찬 할 만 하지만 어슬픈 겉멋으로 불필요한 나르시즘에 젖어있는 경우를 만날 때는 씁쓰레 하다.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공부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서 익히고 배워야 한다. 지식을 쌓다 보면 문화에 대한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그림과 삶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 쪽 취미 활동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삶을 살아도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이해하고, 창조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취미활동을 매개로 인간적인 성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이다.그것에 대한 공부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왕도가 없는 진짜 공부일 것이다.

한 해가 저문다. 12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고 제목을 붙여 본다면 ‘마음이 흐르는 겨울 바다’라고 하고 싶다.

12월은 결코 끝이 아니라 다음 곳으로 흐르는 또 다른 출구인 것이다. 마음은 바다이고 그 항해를 통해 진짜 스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모두가 자신을 위해 사랑과 열정을 담은 특별한 선물을 주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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