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34분, 먼 동해 바다에서 빠알간 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커다란 불덩어리가 되어 시민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건강하세요”, “돈 많이 버세요”…
무자년 첫 해를 맞이한 시민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올해 역시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겨울바람이 날카롭게 느껴질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첫 해를 함께 맞이하는 순간 그 곳에 모인 500여명의 시민들은 모두 하나였다. 지난 1일 양산시등산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08년 천성산 해맞이’는 모든 시민이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는 시민들은 나 하나만의 평안이 아니라 모든 이의 평안을 기원했다. 최한철(46, 중부동)씨는 “가족들과 천성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올해는 온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도 잘 되고 집값도 펑펑 올랐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새해소망을 전했다.
최예린(11, 신양초4) 학생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워서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는데 해 뜨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며 “올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전교 1등을 할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해가 떠오르기 전 매서운 찬바람에 가뜩이나 몸을 웅크리고 있던 500여명의 시민들은 등산연합회에서 준비한 떡국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거나, 라이온스클럽 회원이 준비한 컵라면과 덕계성심병원 직원들이 마련한 차를 마시며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시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 해를 기다리는 동안 양산CT밴드와 원효풍물패 회원들은 흥겨운 노래 가락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졌다.곧이어 ‘해맞이 명소’로 자리잡은 천성산 정상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찬 시민들의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천성산 정상은 풍물 가락이 흥겨워질수록 시민들의 어깨에도 절로 신명이 나면서 하나로 어우러진 무대를 만들어냈다. 해가 떠오를 시간이 되자 시민들은 첫 해를 더욱 가까이에서 맞이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디어 무자년의 첫 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약속이라도 한 듯 ‘와~’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지 올해에는 동해바다 저 편에서 떠오르는 해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느덧 해가 하늘 한 가운데 이르자 시민들은 정상에 마련된 무대 앞으로 다시금 모여들었다. 한해 안녕을 기원하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근섭 시장은 해가 떠오른 뒤 시민들에게 전하는 첫 인사를 하며 시민과 함께 양산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칠 줄 모르고 울려 퍼지는 원효풍물패의 가락에 모든 시민이 하나 되어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입에서 하얗게 입김이 나왔지만 햇살을 받아 빨개진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이렇게 무자년 첫 하루가 시작됐다.
특별취재팀
새해 첫 날 천성산에서 만난 사람들국제라이온스협회 355-l지구 9개 클럽 회원들은 첫 해를 보기 위해 천성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컵라면과 커피, 오뎅을 제공했다.
덕계성심병원 직원 25명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녹차, 컵라면을 준비해 꽁꽁 언 시민들의 손발을 녹였다.
양산소방서 119 대원들은 천성산 첫 해를 맞아 모든 시민들이 올해도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힘차게 화이팅을 외쳤다.
원효풍물패(회장 박성호)의 흥겨운 가락은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 추위와 싸우는 시민들에게 큰 격려가 됐다.
CT밴드(단장 이수태) 회원들 역시 신나는 음악 속에서 2008년 첫 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