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에 의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보조금 문제는 선심성 예산의 대표적인 사례로 늘 개선 요구가 잇달았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인식은 시와 시의회, 사회단체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작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해마다 묵은 과제만 남기고 있다. 시는 올해 보조금 예산을 6억1천373만원으로 편성했다. 전체 예산대비 한도액이 매년 정해지는 보조금은 올해 시의회 예산 심의에서 요구된 7억1천373만원에서 1억원이 삭감된 6억1천373만원으로 확정된 것이다. 시의회는 올해 예산심의를 통해 보조금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 타 지자체의 경향이고, 지난해 예산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며 이같이 삭감했다. 보조금 문제에 대한 인식이 예산심의 과정에 일부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조금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진단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월말 심의를 앞둔 사회단체보조금은 현재 예산부서의 최종 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해 보조금을 신청한 단체는 모두 85개 단체로 신청금액만 14억2천만원에 달한다. 이번 당초예산에 편성된 보조금이 6억1천373만원으로 정해진 예산의 2배를 훌쩍 넘기는 신청이 이루어진 셈이다. 시는 해마다 전체 예산 대비 보조금 편성액을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정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양산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조례>에 따라 해당 부서별, 예산부서,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 심의 등 3단계에 걸쳐 심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보조금 지원 조례 자체가 포괄적으로 구성되어 보조금 집행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두루뭉술 조례, 태생적 한계사회단체보조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4년 이른바 ‘정액단체’ 폐지에 따라 특정 사회단체에 지원되던 시 예산 운영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다. 정액단체란 개별 법령에 근거해 정부 또는 지자체 예산이 주어지던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의 단체들이 법인화되면서 매년 운영비 등이 시민 혈세로 지원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보조금 외에 실과별로 운영되는 민간자본보조가 선출직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선출직들이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편성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액단체들에게 매년 지원되는 예산은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보조금 외에 민간자본보조로 지출되는 예산 역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단체’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지원 조례에 따르면 사회단체란 영리가 아닌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 하지만 단체의 기본 구성 요소만 갖추면 어느 단체라도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자생력 없는 단체들의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66개 단체들을 살펴보면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 과거 정액단체를 비롯해 문화, 예술, 복지, 노동, 보훈 단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한정된 예산에 비해 단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관행적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일부 단체들을 제외하면 실제 공익사업을 위한 신규 단체가 사업 효과에 상관없이 나머지 예산을 갈라먹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보조금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에 지원된 금액은 모두 1억1천400만원으로 전체 보조금의 20%에 달한다. 새마을회는 운영비 3천600만원, 읍면동 새마을사업추진 보조금 2천160만원, 사랑의 편지쓰기운동 전개 800만원, 독서생활화 경진대회 2천만원 등이 지원되었으며,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운영비 1천600만원, 읍면동위원회 사업비 및 운영비 1천530만원, 영호남친선교류 300만원, 국토대청결운동 및 기초질서 캠페인 100만원 등이 지원되었다. 자유총연맹 역시 운영비 1천500만원, 읍면동 조직운영 활동비 540만원, 전국자유수호 웅변대회 240만원 등이 지원됐다. 전체 보조금의 20%를 차지하는 3개 단체의 지원 내역을 살펴볼 때 조례 취지인 공익사업에 부합하는 사업보다 운영비 지원에 치중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조례에 따르면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사업비의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 및 조례에 운영비 지원규정이 있거나 사회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지원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3개 단체의 운영비를 포함해 전체 보조금 가운데 운영비로 편성된 금액은 2억1천550만원에 달한다. 예외적으로 인정한 운영비 지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들 3개 단체가 2006년부터 지원받은 금액도 사업비와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보조금이 특정단체를 위한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사업 수행 평가에 따른 차등없이 과거 관변단체 육성을 위한 ‘길들이기식’ 예산 지원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 얽힌 심의위 구성보조금은 조례에 따라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가 최종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조례에 따르면 부시장이 위원장인 심의위원회를 12명 이내로 구성하게 된다. 이 때 주민생활지원국장, 기획예산담당관, 공보감사담당관 등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 4명, 민간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인 공무원을 제외하고 위촉직은 모두 8명인 셈이다. 현재 시의회에서는 김지석, 박인주, 정재환, 허강희 의원이 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있으며, 민간전문가로는 최시철(전 체육회 사무국장), 권순자(적십자봉사회 전 회장), 이재석(영산대 교수), 김상걸(전 시의회 의장) 등이 위촉되어 있다. 문제는 보조금 심의에 있어 이해관계를 가진 위원들이 심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례에서는 위원의 자격을 ‘사회단체에 대하여 전문적 식견과 덕망을 갖춘 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심의위원회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배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조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의 심의안건과 관련이 있는 위촉직 위원은 당해 안건의 심의·의결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시가 마련한 조정안을 가지고 전체 안건에 대한 심의를 펼치는 현실 여건 상 자신이 속한 단체에 불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심의를 펼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시의회 의원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특히 정재환 의원의 경우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회장 직책까지 겸직하고 있어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가 보조금 심의에 참여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보조금지원=단체장의 노력?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보조금 심의를 앞두고 사회단체간의 눈치 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사회단체장들은 자신의 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 지원규모를 놓고 자신의 업적인양 자랑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시장과 시의원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사례도 있다. 한마디로 ‘눈 먼 돈에 임자가 있냐’는 식의 지원 신청이 쇄도하는 것이 보조금 지원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9월 ‘2008년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계획’을 공고하면서 시가지 꽃길 관리 계획을 함께 첨부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시의 이러한 계획은 ‘하는 일 없는 사회단체에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공익사업 수행을 목표로 마련된 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일부 단체들에게 퍼주기를 하고 있다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시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물의를 빚은 양산천변 잔디 조성 사업 역시 자생력 없는 사회단체에 일종의 수익사업을 시가 마련해주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지난해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새마을회관 불법 증축 문제 역시 보조금 대신 사회단체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절차상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시가 특정 단체에 40억원이라는 시민 혈세를 들여 회관을 마련하려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문제와 진단은 있지만 실천이 없는 것이 바로 사회단체보조금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하동군의 경우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해 완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사회단체 토양이 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보조금이 필요한 공익사업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자생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등한시 한 채 보조금 지원만을 바라보는 사회단체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단체는 관과 협력·경쟁 관계를 유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협력 관계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우화처럼 저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공감하면서 정작 누구 하나 나서서 과감한 제도 개혁을 외치는 사람이 적은 이유기도 하다. 표를 의식한 선출직들의 방임과 자생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의 손길을 바라는 사회단체 모두 시민의 혈세인 세금을 축내는 공범으로 보조금 제도는 멍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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