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박성진칼럼] 인권위에서 다루게 된 안전한 보행권리..
사회

[박성진칼럼] 인권위에서 다루게 된 안전한 보행권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1/29 00:00 수정 2008.01.29 00:00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게 대두되는 도시환경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도로에서 천대받고 있는 인도(人道)의 심각성이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이 쾌적한 주거환경일진대 막상 전원도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지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각종 도로에서 보행자 편의를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

물론 강변을 이용한 산책로나 신도시 등 계획적으로 조성된 시가지에서는 보행로의 설치나 근린공원의 배치가 나름대로 잘 이루어져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열악한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 가지 원인이 지적되지만 첫째로 시도나 지방도, 국도를 불문하고 모든 도로가 자동차 통행 편의와 교통 소통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인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그 위에 여러 가지 도로 시설물이 난립하고 있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에서는 한때 교통관련 특수시책으로 도로의 가각정비나 인도의 축소를 통한 차도의 증설 사업이 추진되면서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이 결과 주요 간선로에서의 차량 흐름은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반면에 인도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보행자의 불편이 가중되는 반대급부를 낳았다.

또 꽃의 도시 조성이라는 명분 아래 인도에 설치하는 화단과 가로수, 가로등 등 도로시설물의 난립이 오히려 보행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국민의 보행권에 대한 인식이 점차 제고되는 시점에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한 시민단체의 진정서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녹색교통운동과 희망제작소라는 단체가 제출한 “인도없는 도로는 지방차별이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꾸준한 실태조사와 개선과정 모니터링을 거쳐 인권위 차원의 종합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행권이 생활 속의 구체적인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자동차 우선의 교통 환경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살아왔다며 이제는 도시와 가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서구에서 보행권은 ‘모든 사람은 보행자’라는 도로민주주의, 인권과 보편성, 교통약자에 대한 형평성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50년대 후반 독일과 미국 등의 도심에서 보행자 전용공간 확보가 시도되었고, 1988년에는 유럽의회에서 ‘보행자 헌장’이 채택되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1970년 일부 혁신적인 지자체에서 차도보다 보도가 우선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어린이교통안전지구와 생활구역의 자동차 규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전향적인 보행권 관련 제도 개선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광명시에서는 시민단체연합의 보행환경조사사업의 결과를 접수해 연차적으로 개선사업을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

또 천안시의회에서는 지난해 4월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집행부로 하여금 쾌적한 보행공간 확대와 보행약자를 위한 보행여건 개선 등을 위한 사업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은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안전하고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지역을 관통하는 35호, 7호 국도의 취락지역 통과구간에 관리청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통해 부족한 인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주민들의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통학로에 대한 인도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법규위반 차량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

중앙동의 어느 초등학교 앞 통학로에 설치된 인도 가장자리에 곡선도로 위험을 경고하는 교통표지판이 가드레일을 따라 설치돼 있는데 날카로운 사각형 모양의 금속판이 성인 어깨 높이에 맞추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몇 번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아직 그대로 있는 이 표지판을 보면서 아이들이 하굣길에 친구들과 장난이라도 하며 걷다가 잘못하면 얼굴이나 머리를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버릴 수가 없었다.
동행과 얘기를 나누며 즐겁고 유쾌하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인도를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