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말한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양산이 시로 승격된 지도 10년이 훨씬 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변화와 성과가 있었지만,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지평으로 도약해야 하는 국면에 있다 할 것이다. 지난 1월 10일, 부산 지하철 2호선이 양산까지 연장 개통됨에 따라 양산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쓰이게 되었다. 미래의 큰 발전을 기대해 마지않는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이 개통됨으로써 인구 유입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양산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국면은 양날의 칼과 같아 인구의 유출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대도시 부산에 지하철로 손쉽게 연결됨으로써 문화나 교육에 목말라 있는 시민들의 발길을 밖으로 향하게 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시에서는 최근 양산을 교육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장학기금을 만든다, 여러 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듣기로 ‘인재육성 장학재단’의 기금은 31억을 넘어섰다고 한다. 교육을 위해 외부로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행렬을 막기 위해, 우수 학생이 관내의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재학 중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한다. 또 각 학교에 시설 지원비나 교육 경비를 지원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꾀하겠다고도 한다.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양산시가 관내의 영산대학교와 양산대학에 위탁 운영시키는 ‘원어민과 함께 하는 영어 체험 캠프’도 화제다.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시민들에게 큰 호응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몇몇 사업의 긍정적인 성과와 주변의 고무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기획하고 있는 양산의 미래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분석과 대처가 뒤따라야 한다. 양산시의 학부모이면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게 된다. 늦게는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또는 더 이른 시기에, 다른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계속 양산에 머무르며 자녀 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교육 도시는 교육만 강조한다고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교육 도시도 교육만 강조해서 교육 도시가 되지는 않았다. 그 밑바탕에는 면면히 흐르는 문화와 예술, 전통의 힘이 있었기에 지금의 교육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몸과 마음으로 부대끼고 느껴 향유한 문화와 예술이 아이들의 내면을 살찌웠고, 그들을 뛰어난 인재로 길러낸 토양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진주나 공주 같은 도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도시는 교육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상호 견인차 역할을 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이를 통해 지금의 교육 문화 도시로 성장한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인근의 신흥 도시 김해는 그러한 미래를 위해 시동을 건 지 오래다. 김해가 쏟아 붓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를 보라. 2005년 12월 완공된 ‘김해 문화의 전당’은 그 상징적 의미를 띤다 할 것이다. 김해시의 슬로건도 ‘문화의 도시’다.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김해시는 2008년도 예산 중 725억 원을 교육·문화·관광·체육 분야에 쏟아 부을 예정이란다.교육뿐 아니라, 시민들이 양산에 대해 애착을 갖지 못하고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데에도 있다. 지금은 문화를 체험하는 시대다. 문화를 그냥 수동적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문화 창조 행위에 직접 뛰어들고 체험하고 만족을 느끼려고 하는 ‘문화가 중심이 되는 경험 경제 시대’다. 그런데 우리 시의 문화 정책 방향은 어떠한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 제공을 위해 국내외 수준급 공연을 유치,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문화 정책의 전부다. 물론 이러한 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로 눈을 돌려, 문화센터 등에서 행하는 문화 강좌들을 보라. 선착순으로 그 신청을 받는데, 신청을 하자마자 마감이 될 지경이며 미어터진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다. 이것이 시민의 욕구다. 시 내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치 못하니까 자연히 인근의 부산이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 문화를 즐기게 되고, 결국 근거지도 부산이나 타 지역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외부의 문화를 잠시 가져와 향유시키기 위해 시민의 혈세를 퍼붓는 형태의 문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더디다 할지라도 우리 내부의 문화, 예술인들을 키워내고 가꾸어 내야 한다. 지금은 문화나 베스트셀러도 기획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시대다. ‘베스트셀러 메이킹’이라 하지 않는가? 당장의 성과를 위해서, 당장의 표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양산의 미래를 위해 자생 문화와 예술의 토대를 닦는 사람은 양산의 역사에 길이 기록되는 자가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시민의 표심을 유도하는 가장 빠른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합리적이고도 실질적인 안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