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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행복한사회]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사회

[청소년이행복한사회]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2/26 00:00 수정 2008.02.26 00:00

한 여자아이의 자살 소동이 있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일에 대한 막막함에 고등학교 진학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을 비관해서다.

부모는 오래 전부터 별거 중으로 엄마와 둘이 생활하고 있었다. 최근 아버지의 지원이 뜸해지더니 작년부터는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 생계도 막막해지고 쌀도 바닥났다. 아버지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본격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며 외부와의 연락마저 두절시켜 버렸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자니 아침이면 늦은 잠에 취해 있어 둘만 사는데도 얼굴 보고 이야기 할 기회는 없다. 보통의 가정처럼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은 엄두도 못 낸다.

중3인 또다른 아이는 엄마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아빠는 엄마의 횡포(?)를 피해 집을 나가 생활하고 있다. 밤에는 엄마가 뛰쳐나갈까봐 지키느라 새우잠을 자야하고, 낮에는 집 나간 아빠를 찾아오라는 엄마의 폭력을 견뎌야 한다.

한번 시작되면 멈출 때까지 고스란히 쪼그리고 앉아 그 모진 매를 아무 저항도 못하고 맞아야 한다. 집안은 쓰레기장이고 제대로 먹을 것도 없다. 생라면을 먹거나 가끔 아빠가 주는 돈으로 밥을 사 먹는다. 이집을 방문한 누군가가 ‘여중 3학년이면 혼자서 밥도 해먹고 집도 치우고 할 수 있을 텐데…’ 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초등 2학년이 되는 아이가 있다. 또래로 보면 3학년이어야 맞는 나이이다. 이혼 후 엄마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 입학식 날 학교운동장에 있던 엄마는 사람 많은 곳에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 버렸다.

그리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다음해 재입학을 시켰어야 했는데도 학교 보낼거라는 말만 하고 화만 낼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전화 주문을 통해 생필품을 조달하고 함께 시킨 술을 먹고 취해서 집안에서만 하루 종일 둘이 있는 것이다. 아이의 언니는 다양한 문제행동을 보이며 그때마다 엄마와는 쌍방 폭력으로 이어진다.

A의 경우는 엄마의 우울증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유사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고, B는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피해가려는 의지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무기력증으로, C는 언니의 문제행동을 통해 가정상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의 의도하지 않은 폭력(방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혼, 경제적 파탄 등의 태풍이 몰아칠 때 부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를 자신 안에 가두고 원망과 분노로 일관할 때, 아이들은 부모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짓눌려 힘들어하고 있었다.

가정폭력, 무력이 오고 가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사랑으로 이룬 가정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그 안에서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체 무조건 숙명처럼 받아 안아야 하는 처절한 고통의 폭력에 휩싸인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입니다’라는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 얻어서라도 먹으려고 한다는 건 살아 보겠다는 삶의 의지가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고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는 쪽이 아닌 병리적인 쪽으로 마음이 간 것도 어쩔 수 없었음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을까….

나의 선택이 사랑하는 내 자녀의 삶의 방향을 달리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더불어 단절되어 있는 그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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