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을 들어서면 웃으며 손님을 맞는 주인장 뒤로 서예작품이 빼곡히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그렇게 벽 한가득 도배한 작품만 40여점. 식당은 삶의 터전인 동시에 개인 전시회장인 셈이다. 직접 쓴 서예작품으로 식당 벽을 도배한 주인공은 덕계동에서 밀양돼지국밥을 운영하는 송재만(52, 사진) 씨. 송 씨는 누구보다 맛있는 돼지국밥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이지만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 씨가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10여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시작했지만 장사에만 묻혀 자신의 꿈을 접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예전부터 좋아하던 서예를 시작했다. 일신해 서예원 유숙희 원장에게 사사한 송 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일2차 아파트 앞에 있는 일신해 서예원에 들러 매일 실력을 갈고 닦는다.송 씨는 서예의 매력을 마음의 수양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는 고민과 번뇌가 많지만 글을 쓰면서 잡념이 없어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송 씨는 지역에서 이미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 있다. 지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관설당서예대전 2회 입선을 비롯해 크고 작은 대회에서 특선과 입선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평산동 대보름행사 만장기에 글을 쓰기도 한 실력파다. 하지만 송 씨는 아직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실력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서예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호도 ‘숨은 계곡’이라는 뜻의 ‘은곡(隱谷)’이라고 지었다. 송 씨는 어떤 예술분야든 10여년을 하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서예에 더욱 정진해 누가 보더라도 정말 잘 썼다고 평가할만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젊은 사람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송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지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며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서예에 매진하고 있지만 송 씨 자신도 국밥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다며 본업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오늘 하루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송 씨의 식당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으며 송 씨의 서예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