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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한줄의노트] 저무는 풍경..
사회

[시한줄의노트] 저무는 풍경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3/04 00:00 수정 2008.03.04 00:00

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기다리는 다리는
차라리
무너지고 싶을 거다
무너져선 안 되는 것들이
기실은 더 무너지고 싶은
이 기막힌 역설로
나는 그대에게 기울고
강물은 또 그렇게 범람했나보다
허나, 나도 다리도
끝내 무너질 수 없는 것은
내 그리움의 하중이
견딜만 해서가 아니라
강물의 수위가 높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국,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이 배경일 때
그대도 강물도
저무는 풍경에서
더 멀리
더 고요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박이화
>

 

애초에 <다리>란 강을 건너야 하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경로였으나, 여기 강물이 오지 않는 낡은 다리의 배경은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무너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됩니다. 어쩌면 다리는 멀리 강물이 일렁이는 저물 무렵을 보며 언젠가 돌아올 강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이화 시인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가톨릭대학교 국문과와 경운대학교 사회체육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그리운 연어』(애지,200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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