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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4.9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에게 듣는다]
사회

[4.9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에게 듣는다]
④ 장애인: “투표하러 갈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3/11 00:00 수정 2008.03.11 00:00
좁은 인도·볼라드·불법주차로 장애인 다닐 길 없어
장애인의무고용준수 열악, 장애인복지법 강제조항돼야

국내 장애인의 90% 가량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성 중도 장애인이라고 한다. 이 말은 장애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으며 국민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는 장애인을 특별취급하며 보호하고 격리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유세 때 복지시설을 방문해 사진 찍는 것 외에는 장애인을 위한 선거환경과 정책은 실종된 상태다. ‘유권자에게 듣는다’ 네 번째 시간으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과 장애인을 위해 일을 하는 이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투표장까지 가는 길 ‘첩첩산중’

박창수  선거 때마다 장애인들은 더 철저히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위 그림이 되기 때문에 장애인시설을 찾아 사진 한 장 찍고 가는 사람이 많다. 말로는 장애인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장애인 관련 정책을 들고 나오는 사람은 없더라. 

박민현  지금까지 돌아보면 법 개정을 할 때 너무 포괄적이고 큰 틀에서만 진행해 아쉬움이 늘 있다. 큰 틀에서 발전방향을 잡는 것도 좋지만 장애인은 당장 하루 버티기가 힘든 사람이다. 법이란 것이 개정과정에서 1, 2년은 그냥 지나는 것 아닌가.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실제 피부에 와닿는 정책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 

안지호  비장애인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관심과 후보자 정보 부족인데 장애인은 정보 부족이 더 크다. 양산시의 장애인 등록 수가 8천700여명인데 후보자들은 아예 없는 표라고 생각한다. 홍보책자는 겨우 구해서 볼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후보자들이 연설하는 것을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청각장애인도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투표를 할 의사가 있지만 수화통역서비스가 지원이 안 돼 소외되고 있다.

정동고  시각장애인은 홍보책자도 읽을 수 없다. 지역 국회의원 선거는 대부분 홍보책자를 통해 하는 것 같은데 읽을 수 없으니 당연히 후보자를 알 수 없고 투표할 수가 없다. 선거법상 점자홍보책자를 만들도록 돼 있지만 대선후보를 포함해서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박민현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글도 읽기 힘들다. 비장애인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어 투표를 하겠냐고 보지만 이들에게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투표에 참여하고자 한다. 지적장애인에게는 글보다는 후보자 얼굴 위주로 알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려해줬으면 한다.

이성자  장애인 투표율이 낮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은 하고 싶어도 선거장까지 들어갈 수가 없다. 집에서 나와 투표장까지 가는 길은 온통 지뢰밭이고 투표장 역시 장애인이 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지 않다. 

박창수  지난 선거 때 투표장 20곳의 편의시설을 조사했는데 만족도는 50%에 불과했다.  선거법상 문턱을 없애거나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겨우 4곳만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마저도 공사장 합판을 형식상 설치해 휠체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투표소 내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하지만 없었고 그나마 약시자를 위한 발판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바닥색과 구분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장애인은 투표를 하지 말라는 건가.

 

집 나서는 순간 ‘지뢰밭 세상’

박창수  지난달에 장애인이동권 실태조사를 했는데 양산은 너무 열악하다. 시가지에서는 인도를 이용해 50m도 갈수가 없다. 도로 위주의 정책으로 1m도 안되는 인도에는 전봇대와 가로등, 가게 입간판 등이 차지하고 있어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나갈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이용하는데 휠체어 높이가 낮다보니 차량 운전자가 시야확보가 안돼 사고위험이 크다. 전동휠체어와 차량 간의 사고가 작년에만 4건이다. 요즘 좁은 인도에다 나무까지 심어 이동권이 완전히 상실됐다.

정동고  나무도 그렇지만 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인 볼라드는 시각장애인에겐 무릎지뢰다. 높이가 30~50cm, 재질도 시멘트인데다 눈에 띄는 색이 아니어서 시각장애인은 걸려서 넘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돼 볼라드 높이를 1m,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양산시는 여전하다.
또 음성시스템이 적용되는 신호기가 거의 없어 건널목을 건널 수가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주위 도움으로 건널 수 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선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추위에 떨어야 한다. 시는 경찰서와 협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호기 설치를 미루기만 하고 있다.

안지호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택시와 저상버스는 각 3대에 불과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니 언제나 예약자가 밀려 있다. 이런 면에서 올해 지하철 양산선 개통은 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타도시에 갈 수 있게 됐다는 고무적인 상징이다. 지하철은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지하철을 북정까지만 연결해도 장애인들이 시내나 타 도시로 가기가 좋다.

 

장애인복지법 강제조항돼야

최영경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서비스하는 법, 즉 장애인이 수혜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동등한 입장에서 한 사람이 최소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으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박민현  양산에 있는 장애인 관련시설은 모두 일반 주택가와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해 계속 외지로 몰리고 있다. 장애인을 외따로 한 곳에 모아서 격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가에서 주민과 함께 숨쉴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
양산시의 경우 신도시 택지 조성이란 특성을 살려 택지 내에 장애인을 위한 주거를 미리 확보하는 것은 어떤가. 일반 공공주택에 1%, 한 동에 한 가구 정도만 장애인 주거 공간으로 배정하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디겠지만 어울리지 않겠는가. 장애인 거주 문제 해소 특별조례로 시행하면 양산시를 복지도시로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박창수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생계지원으로 편의점, 식당 등을 장애인이 지원하면 먼저 개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양산시도 조례개정을 했지만 자판기 사업만 우선 허가해준다. 하지만 자판기 사업은 이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기에 힘들다. 이 외에도 인쇄물과 각종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양산시는 관련 조례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안지호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하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기업체는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의무고용 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양산시에 50인이상 기업체가 163개소인데 의무고용 비율을 지킨 업체는 93개소에 불과하고 시청 역시 1.7% 인 것으로 안다.

박민현  이런 모든 것이 장애인 정책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없고 권고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강제조항이 돼야 관심을 가지고 할 것 아닌가. 국가차원에서 장애인의무고용 미준수 기업체에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공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서 재활훈련을 받은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정동고  부산시의 경우 전문 안마사 자격증을 딴 시각장애인이 병원 물리치료실이나 큰 기업체 스포츠센터에 취업하는 비율이 높은데 양산은 전혀 없다.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 직업인데 시가 내놓는 장애인취업 프로그램은 지체장애인 위주로 편성돼있어 시각장애인에게는 취업알선이나 기회보장자체를 안하기 때문에 힘들다.      

 

장애인도 당신과 같은 사람

최영경  선천적이던 후천적이던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같은 생활을 누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장애를 안고 있다는 이유로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할 때의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같이 장애를 지니고 있는 이들끼리 모여서 서로를 보듬어주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쉼터와 같은 장소가 필요하다. 장애인은 개개인의 집 빼고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쉼터에서 취업에 성공한 사람에게 조언을 얻고 재활치료로 힘들어 하는 사람을 격려하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다. 마을마다 있는 노인정과 마을회관을 활용하면 된다.

이성자  장애인이 재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장애인의 90%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성 중도 장애인이다. 이들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선 재활치료와 물리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산시의 경제적 규모와 높은 장애인 인구수를 생각하면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적어도 2개는 필요하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산에 가서 재활치료 받는다.

박창수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계단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고, 2cm의 턱 때문에 좌절하는 고통을 아는가. 이 고통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오늘 괜찮다고 해서 내일 장애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장애를 부르는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이지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장애인도 당신과 같은 한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후보자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정리_조원정기자 / vega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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