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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칼럼] 다양한 전문계 고교 설립할 때다..
사회

[박성진칼럼] 다양한 전문계 고교 설립할 때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3/11 00:00 수정 2008.03.11 00:00

“특목고나 자율학교만 학교입니까 공부에 취미없는 아이들도 뭔가 배워서 사회에 나가 써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양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들은 양산에서 공부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각종 장학제도 등 혜택을 받아서 외지로 나가지 않도록 권유받지만 대다수 평범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말했다.

또 양산의 문화적 공간이나 이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친구와 노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도 부산이나 울산에 나간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권자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평범한 성적의 아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너무 작다고 아쉬워했다.

양산은 80년대 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신흥산업도시로 전국적으로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도시 이미지마저도 ‘문화·교육도시’, ‘역사·관광도시’, 그리고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메디칼폴리스’ 등 다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찌 되었든 수천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산재하고 신도시 조성과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첨단의료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인구증가가 예견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역의 다양한 산업구조와는 정반대로 우리 지역에는 변변한 실업계 고등학교가 없다. 종합고나 정보고가 있었지만 모두 인문계로 전환되어 지금은 10개 고등학교에 실업계는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준비한다든지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 기술을 익히려는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기업체에서 관련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 측면에서는 지역의 기술인력을 확보해서 안정적인 생산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타 지역에서 인력을 구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미 몇 년전부터 공업고등학교의 신설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지역경제 발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이태백’ ‘사오정’ ‘육이오’ 등은 최근 심각한 청년 실업과 취업난이 만들어 낸 자조적인 속어이다. 어떤 캠페인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의 문이 열린다’며,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고학력 청년 구직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성사회에서 그런 풍토를 고착화해 온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매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로 인해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문 지식을 공부한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지방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일용직에까지 응시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게 바로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인문계열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근 노동부가 발행한 직업사전에 따르면 직업 수는 총 1만3천여 종으로 70년대 1천3백여 종에 비해 30년 만에 무려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다양해진 현대사회에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직업을 선택하고 숙련해 나가는 여러 가지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함은 당연한 국가 정책이다. 머리 만지는데 소질이 있는 아이, 만화 그리는데 취미가 있는 아이, 기계 부품을 조립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 음식 조리를 배우고 싶은 아이 등 자신의 적성에 맞게 장차의 진로를 일찍 정해서 발전시키고 싶은 아이들의 배움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언젠가 스포츠와 관련된 글 중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유명 고교 운동선수가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프로로 전향하는 것이 본인의 장기적인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창 물오른 기량을 발휘하면서 몸값을 올려 나가는 것이 4년 뒤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하는 것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사회에 보다 빨리 진출할 필요가 있는 청소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학 4년의 기간을 생략하고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섭렵하여 일선 현장에 투입되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인력 수급과 청년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권과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양산지역에 전문계 고등학교의 신설이 조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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