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세월동안 조상의 혼을 담아온 숭례문이 불타자 언론에서는 책임과 관리 문제를 부각시키고 국보를 국보답게 지키자며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부추겼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리나라 문화재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을까? 궁금하다.우리나라에는 구석기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조상의 혼이 담긴 문화재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함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국가에서는 중요도에 따라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지정문화재 이외의 문화재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국보, 보물 이렇게 부르는 국가지정문화재는 그 수가 3천92개이며, 시도에서 관리되어지는 시도지정문화재는 6천636개이고, 지정되지 못한 문화재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문화재를 관리 보존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가난한 국가에서는 관리비용이 없어 문화재를 방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오천년 역사동안 조상이 남긴 문화재가 산적해 있지만 재정의 빈곤으로 보존하는 일이 만만찮다. 아마 국보1호 숭례문도 예산지원이 좀 더 되었다면 영원히 잃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돈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식도 필요하다. ‘아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이 있듯이 문화재에 대해 알지 못하면 그 소중함 또한 느낄 수 없다. 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선천적으로 사물의 아름다움을 식별할 수 있는 감상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늘상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별다른 교육 없이도 느낄 수 있지만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의 아름다움은 눈에 금방 들어오지 않는다. 가슴으로 천천히 다가와 오래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좁은 국토에 자원도 빈약한 나라에서 그나마 조상이 남겨준 문화적 힘마저 잃는다며 우리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는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양의 영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한글을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그 국가 경쟁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문화재를 소중히 지키고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문화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재해설사’를 두어 지방의 문화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해설활동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눈으로 보는 관광보다는 해설활동을 통한 관광을 함으로써 문화재의 소중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관광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우리 양산의 소중한 문화재인 신흥사 대광전(보물 제1120호)은 벽화와 단청의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특히 불상, 신장상, 꽃등이 그려진 벽화의 가치가 인정되어 보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관리 소홀과 관광객의 무지로 벽화들의 흔적은 점점사라지고 관광객들의 낙서만 난무하다. 문화재의 가치를 알고 자부심을 가진다면 그 누가 문화재에 개인의 감정을 결부시켜 낙서를 하고 불을 지르겠는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외국인들에게 당당히 자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문화재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관광지내의 해설활동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통도사 대웅전(국보290호)에 왜 불상이 없는지 문화재해설사의 멋진 해설이 있다면 관광객들은 통도사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