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 등록일을 2주일 정도 남기고 한나라당 공천자가 허범도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발표됐다. 허범도 피공천자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대 상대를 나와 산업자원부 차관보와 초대 부산지방중소기업청장을 거친 인물로 이번 총선에 부산시 사하을 선거구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양산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김양수 현 의원을 포함한 아홉 명의 인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신 것이다. 지난 주 목요일 현 의원의 탈락 소식과 함께 전략공천 지역이 됐다는 결정이 나왔을 때부터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도대체 양산을 어떻게 보기에 선거할 때 마다 지역과 관계없는 인물을 낙하산 식으로 공천해 보내느냐는 것이다. 전략공천이라는 말이 무엇이냐. 현역 의원은 공천을 못 주겠고 나머지 신청자는 경쟁력이 약하니까 중앙당에서 직접 인선해 내려보낸다는 것인데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는 것이 시민들의 불만이다. 김양수 의원은 자신이 4년 전 지역구 공천을 받을 때 들었던 비난의 목소리를 이제 자신의 입으로 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2004년 3월 선거일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당시 나오연 의원을 내몰고 공천장을 들고 내려온 경험이 있는 김의원으로서는 이제 현역으로서 낙천된 나의원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김양수 의원은 그렇게 국회에 입성했지만 4년 동안 의정활동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면서 우수의원으로 꼽혔다.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내세워 부동산, 건설 경기와 관련한 법안을 주로 발의해 정견을 펴 왔고, 국회활동에 있어서 근면, 성실한 태도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잇따른 공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지자체와의 불화로 인한 사회 불안요인이 불식되지 않는데 따른 민심 장악력 부족이 정치력의 부재를 지적받아 왔다. 우리는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내용인지는 깊이 알지 못하지만 내부 계파간 이해관계나 통합민주당이 앞서 나간 공천물갈이의 영향을 받아 의외의 결과가 속출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집권여당이란 곳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여망은 도외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시민들에게 생소한 인물을 공천해 지역구로 내려 보내면서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나름대로 지역 연고를 내세우면서 지역에 대한 비전과 시민화합을 제시한 아홉 명의 공천 신청자들이 어떻게 해서 부적격자이며, 전략 공천의 배경과 지역에 대한 입장 설명이 왜 간과되어야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양산은 한나라당의 텃밭이기에 막대기만 꽂아 놓아도 당선된다는 논리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양수 의원과 한나라당이 거칠게 공격당했던 이유가 바로 지역 연고가 부족한 시장 후보의 낙하산 공천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또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지역 유지들과 당이 서로 고소, 고발사태까지 가는 이전투구 끝에 서로가 큰 상처를 안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김양수 의원의 멍에 같은 것인데 본인이 그 부메랑을 맞게 되었다.시민들은 정당의 선호도에서 늘 한나라당에 높은 점수를 주어오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 개인에게 항상 충분한 지지를 보낸 건 아니었다. 김양수 의원도 1천 표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되었고, 시장선거나 시의원 재선거 등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는 결과가 이어지기도 했다.중요한 정치 시즌이 다가올 때 마다 지역에서는 늘 인물이 없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중앙이나 지방정치 무대에서 중진의 실력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고 기존의 정치구도에서도 상호 보완보다는 견제가 더 많아 역량있는 후진이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표현이다.좁은 의미에서의 지방색을 배제하는 측면에서도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하지만 공당에서는, 적어도 한나라당에서는 공천자를 결정해 발표하는 데 있어 지역구의 유권자들에게 선정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해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으로 본다. 공천장을 들고 급히 내려와 유력 인사들과 개별 만남을 통해 지지를 이끌어내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너무 일반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