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나라당은 전략지역으로 남겨두었던 양산에 허범도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낙점한 이후 양산으로 선거구를 옮기게 된 허 후보에 대해 지역 내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들 여론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영향력을 보여줬던 양산시민연합이다.
지난 20일 양산시민연합 공동대표들은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한나라당 공천이 양산시민들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2004년 총선, 2006년 지방선거에도 시민의 정서를 무시한 밀실공천으로 양산시민을 무시한 한나라당이 이번에도 아무 지역 연고가 없는 사람을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낙하산 공천을 해 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 발표 이후 시민연합측은 한나라당 공천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지역 내 인사를 주축으로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출마선언도 잇달았다.
20일에는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시민연합이 발표한 내용과 유사한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유 예비후보는 최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친박연대'와 연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정병문 전 시의원이 21일 기자회견을 가지고 ‘양산의 정치 독립’을 주장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후보는 “젓가락만 꼽아도 한나라당이면 당선된다는 오만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 정치인의 자생력 없이 양산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한나라당 허범도 후보가 부산 사하갑에서 사하을을 거쳐 양산으로 최종 낙점되는 과정이 지역 여론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역 여론은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연거푸 양산지역 공천을 지역 정서와 상관없이 연고 없는 후보를 낙점해왔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거부감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 내 보수 정치인들조차 공공연히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4일에는 한나라당 양산시당원협의회 일부 당직자들과 당원 30여명은 기자회견을 가지고 허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당원협의회 운영위원과 분과별 지회장 등이 포함된 당원들은 “허 후보가 선거구를 수차례 옮긴 철새 정치인”이라며 “공천 이후에도 당원들과 협의 없이 무소속 시장을 선택해 당원들을 배신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 가운데 1차 관문을 통과한 유재명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허 후보에 대한 반발이 당내 분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나라당 출신 시의원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당원협의회와 뜻을 같이 하고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할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 공천에 반발하는 인사들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의 공천에 문제점을 표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항할 후보자가 많아질 경우 표가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현재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유재명, 정병문 예비후보 등이다.
우선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일부 당직자들과 당원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한 유재명 후보가 정병문 후보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정후보 역시 변화를 바라는 바닥 민심에 기대를 걸고 출마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시민연합 세력과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일부가 지지 후보를 명확히 정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천 결과에 반발하면서도 정작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선거 국면을 관망하는 인사들도 상당수 남아 있어 후보 등록 이후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첫 주동안의 판세 변화가 전체 선거 국면을 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무소속 후보가 지역 출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무소속 단일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후보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무소속 단일화’ 주장이 주로 지역 토박이 세력을 중심으로 양산의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성격이라면 송인배 후보의 경우 정치적 지향점이나 입지 자체가 단일화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 후보는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데다 양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보수 성향의 지역 정치인과 결합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3명 이상의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온 정치 세력들이 기대하는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나라당 허범도 후보를 중심으로 무소속,민주노동당,평화통일가정당,창조한국당 등 최소 7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선거 정국은 ‘1대 多’의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등록 이후 '1대 多' 선거 구도가 유지될 지 여부와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첫 주 동안 한나라당 공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표심이 하나로 뭉쳐 한나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이번 총선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