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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남는 다섯 수녀의 무대
문화

남는 다섯 수녀의 무대

양산시민신문 기자 225호 입력 2008/04/14 13:59 수정 2008.04.14 01:51
뮤지컬 ‘넌센스’ 관람후기아쉬움

↑↑ 이주연
(전 극단 자갈치 배우)
ⓒ 조원정 기자
비가 촉촉이 내리는 토요일 저녁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놈을 데리고 양산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종교라는 무거운 소재를 뒤로 하고 좌충우돌 재미난 수녀들의 무대를 향해 부푼 가슴을 올려놓기가 무섭게 관객 양 옆 출입구를 통해 등장한 수녀들의 입담은 작품이 시작됐다라기보다 이게 시작이야란 생각을 먼저 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며 그렇게 극은 시작됐다.

관객들을 모아 농구공을 골대에 넣으면 선물을 주고, 중간 중간 극의 흐름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퀴즈를 내 공연티켓을 주는 깜짝 이벤트성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뒤, 맛깔나게 내 뱉는 입담과 순발력은 우리네로 하여금 무대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수녀들은 소시지 식중독으로 죽은 52명의 수녀들의 장례식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각기 본인의 끼를 무대에서 발산하며 좌충우돌한다. 그러던 중 십자가에 머리를 부딪혀 기억을 잃은 엠네지아 수녀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경마대회에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녀들은 장례비용을 마련했음에 기뻐한다. 허버트 원장수녀는 마지막으로 성자가 되는 길을 다시금 되새기며 그들이 행복할 거라 말을 한다.

프로필에 의하면 뮤지컬 ‘넌센스’는 1991년 초연 이래 최다관객동원으로 화제가 되어 전국적으로 환상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고 호화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수녀들의 춤과 노래가 끝나고 난 뒤 객석의 불이 켜지는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때나마 배우의 길을 걸었던 내가 그 순간에 본 넌센스는 ‘그저 노래 잘하는 목소리 좋은 배우가 소리만 마냥 지르다가 가는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대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다섯 명의 배우들은 무엇인가 섞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만큼 연기의 폭이 좁아 보였으며 중간중간의 지루함은 무엇 때문이였을까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사람 다섯 명이 그 큰 무대를 꽉 채우기는 힘들지만 관록 있고 호평을 받은 작품의 배우들이라면 무대가 좁아 보일만큼 동선이 길어야 되는데 너무 산만하다는 생각 또한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리플렛 그 어디에도 배우들의 프로필은 보이지 않았다.

작품에 있어 캐스팅은 흥행과도 연결이 되고 관객동원에도 비중이 큰 만큼 배우의 프로필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배우에 대해 누구라는 정도는 알고 공연을 관람한다면 좀 더 배우에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양산의 기획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지만 대중가수나 클래식 외에는 극 중 출연진을 소개한 팜플렛이나 리플렛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예산이 힘들다면 대도시 공연 팀들처럼 일단 제작해 현장판매도 가능할 터, 이제는 시민의 문화수준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수준을 올리려는 방안도 강구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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