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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김용택칼럼] 교육을 어쩔 셈인가..
교육

[김용택칼럼] 교육을 어쩔 셈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228호 입력 2008/04/23 16:59 수정 2008.04.23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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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 전 경남전교조 지부장
ⓒ 양산시민신문 
정부가 출범도 하지 전에 영어몰입교육 문제로 물의를 빚더니 10년 만에 전국단위 초ㆍ중ㆍ고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이번에는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규제를 풀어 학교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속내를 몰랐던 서민들은 막상 문제가 터지자 사교육비 걱정이며 상처받을 자녀들 생각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교육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정부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포기한 교육 황폐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대체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무엇이기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4·15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의 주요 내용을 보면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생까지 일제고사를 실시해 그 석차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할 수 있게 했다. 건강문제로 폐지됐던 0교시와 야간보충자율수업도 허용하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과 후 학교에 학원 강사가 수업도 할 수 있으며 학원이 아예 방과 후 학교를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학업성취도에 따라 수준별로 우열반을 편성하고 서울대반 고려대반, 연세대반...과 같은 특정대학 진학반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각종 규제지침 29개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학교자율화정책은 이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교사들의 채택비리로 금지했던 학습 부교재 선정지침과 아직도 교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로 말썽이 그치지 않고 있는 사설모의고사 참여 금지지침은 물론 수능 이후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방안까지 폐지하겠단다.

심지어 초등 어린이신문 강제구독 예방 지침이나 교복 공동 구매 지침, 촌지 안주고 안 받기 운동까지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특히 촌지 안주고 안 받기 운동까지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은 '촌지를 공공연히 받아도 좋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0교시·강제적·획일적 보충수업 금지를 비롯한 우열반 편성 등 학교 운영과 관련된 29개 학사운영지침을 고수했던 이유는 학생의 건강권 보장과 학교 교육의 투명성 향상 및 부패 방지를 위해서다.

이러한 안전판조차 해제해 시장논리에 맡기자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빼든 카드다.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강행하려는 이유가 뭘까? 이명박 정부는 무조건 규제를 풀고 교육을 시장의 기능에 맡기면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우수 학생들에게 배식순서도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한다. 충북 청주에 있는 어떤 고등학교는 성적우수 학생들에게는 질이 좋은 일반미로 밥을 해 주고 끼니마다 후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일반 학생들에게는 정부미 밥을 주고 후식도 주 1~2차례만 준다고 한다.

교육을 하는 학교가 가장 교육적이지 못한 반교육적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교육상품'에 등급을 매기고 능력 있는 사람이나 구매하라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는 교육은 없고 막가파식 반교육만 남아 있다.
 
경제논리로는 교육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돈이 사람의 가치척도를 하는 사회는 인간이 아니라 돈이 주인이다. 1등만 살아남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나머지 99명에게 열패감만 심어주는 공교육포기정책에 다름 아니다.

학교현장을 입시지옥으로 만들고 사교육비 폭등을 부추기는 입시전쟁을 교육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없고 경쟁만 있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교육과학부는 지금이라도 학교학원화 정책인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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