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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칼럼]양계농가 생계지원책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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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칼럼]양계농가 생계지원책 내놓아야

양산시민신문 기자 232호 입력 2008/05/20 11:30 수정 2008.05.20 10:53

삼엄한 사전대책에도 불구하고 상북면의 한 산란계 농가에 발병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됨에 따라 주변 반경 3km 내의 가금류 133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 조치가 내려졌다.
 
시 방역당국이나 해당 농가는 물론 계란 생산업체와 주변 협업농장 관계자 모두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4년 같은 병의 발생으로 200만 마리 이상이 가금류 살처분 조치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상북면 지역이라 올해 전라북도에서 처음 AI가 발생했을 때부터 비상체제로 돌입해 방역활동과 전염원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왔는데 맥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에 발병한 농가는 4년 전의 충격을 딛고 막대한 시설투자를 통해 전국에서도 가장 안전한 사육환경을 조성해 온 곳이라 그 충격이 배가되고 있다. 사육두수가 6만 마리가 넘는 대형 농장으로 축사에 창문을 설치하지 않는 '무창형(無窓形)'으로 축사내 온도와 공기 조절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첨단시스템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간이소독소를 설치하고 바닥에 생석회를 뿌리는 등 상시 대책을 시행해 왔기에 2006년 AI 창궐때도 무사히 넘어갔던 곳인데 이번 발병은 방역당국에서조차 의외로 받아 들일 만큼 원인을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발병 농장주는 4년전 AI로 인한 피해를 다시 입지 않으려고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아 첨단시설 설치에 투자했는데 대출금 상환도 다 못한 처지에 또다시 땅에 파묻게 됐다며 탄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주변의 살처분 대상 농장주도 마찬가지로 전국에서도 최대 규모인 산란계 협업농장단지인 상북면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수십억원씩 시설투자를 해 놓고 아직 다 갚지도 못한 대형 농장주들은 매몰되는 닭들을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방역당국의 일방적인 살처분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배어 나오고 있다. 이번 발병 사례에서 보듯이 외부와 완전 차단돼 축사내에서만 생활하도록 설계된 첨단 축사내의 닭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실은 철새나 이동차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데도 전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반경 3km 이내의 가금류 백여만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그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30만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양산지역은 전국적으로도 고급 계란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북면 지역을 중심으로 협업농장 형태로 산란계가 농가 평균 4~5만 마리씩 대량 사육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살처분의 영향은 참으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왔는데 턱없이 적은 살처분 보상금에 목을 매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어차피 큰 피해를 막고자 한다면 대량 살처분 조치가 불가피하지만 사전방역활동에 노심초사하던 농가의 입장을 고려해 시 단위의 적극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피해주민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특별한 재난구호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불의의 재앙을 당한 피해 농가 농민의 타는 가슴을 어루만져 줄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부의 책임에 다름아니다.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양계농가 살리기 캠페인도 필요에 따라서 전개해 볼 만 하다. AI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닭과 오리 관련 식품들의 판매처나 음식점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상북면 지역의 집단 양계농장들은 양산의 브랜드를 전국에 알리고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자임해 온 산업의 역군들이다. 4년 전의 아픔을 딛고 재기해 안정적인 생산활동에 주력해 온 농민들이 한 순간에 좌절하고 무너지지 않도록 시 당국에서는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 놓아야 한다. 살처분하는 가금류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보상의 조속한 집행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농민들이 계란을 출하하지 못하는 만큼 생계안정을 위한 자금의 지원이 절실히 요청된다.
 
지금 당장은 최첨단 시설의 축사에서 발생한 AI의 발병 원인을 조속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집단 살처분 조치에 속수무책인 주변 농장주들을 포함해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다시 마음을 추슬러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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