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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미술아놀자] 엄마는 미술 치료사..
오피니언

[미술아놀자] 엄마는 미술 치료사

양산시민신문 기자 233호 입력 2008/05/27 17:49 수정 2008.05.27 04:57

↑↑ 김지영
미술심리치료사, 양산미협 회원
ⓒ 양산시민신문
요즘 미술치료를 통해 만나고 있는 중학생 아이들이 있다. 처음 만날 때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상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사람씩 인솔 교사의 손에 끌려오는 아이들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 들어오는 소 같았다. 적잖은 분노에 차 있기도 하고 날 쳐다보는 눈은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훈계로 우리를 질식시키려 하는지 어디 한번 보자’는 얼굴들 이었다. 아이들은 대뜸 “우리가 장애자예요? 아님 무슨 정신병자라도 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기 문제를 얘기 해주기를 기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를 알지 못한 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는가?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간 속에 있는 청소년이라 불리는 이들! 그들의 마음을 열기란 만만찮은 일이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으려는 그들에게 그림을 통해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조금씩 무장을 풀기 시작했다. 점점 라포 형성이 되어갔고 2, 3주가 지난 지금 난 아이들과 문자도 주고 받는다. 가끔 길에서도 큰소리로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변화가 온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집에서도 간단하게 미술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누가 가장 적합할까?

미술치료사는 정신적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기술적 보조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엄마는 정신적 지지자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정신적 지지자란 아이를 따뜻하게 대하면서 그들의 내면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단지 다음과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무엇이 문제인지 어느 부분에 대해 얼마만큼 치료가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자기 자신을 알고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치료 대상자에게도 애정을 갖고 마음을 열 수 있다.

셋째,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쏟지 않고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고 불필요한 개입이나 그림을 해석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는 어디까지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넷째, 미술 매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도구를 건네주기 전에 자신이 직접 사용해 봐야 아이의 미술 활동을 도울 수 있다.

가장 우선인 것은 아이와 같은 사고와 감정 충동에 익숙해지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만 갖춘다면 세상에서 엄마만큼 좋은 치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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