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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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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느림의 미학

양산시민신문 기자 235호 입력 2008/06/10 14:59 수정 2008.06.10 01:45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프랑스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있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되어서 관광객을 식당에 내려준 현지 기사가 복잡한 길을 지나서 주차하고 자신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이르렀을 때 한국 손님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어 크게 당황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한국관광객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어쩌면 한국인은 ‘빨리빨리’라는 말로 국민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외국의 경우 10년 이상 걸릴 공사를 우리는 3년 안에 끝낸다.공기단축은 비용의 절감이라는 부가가치는 물론 활용성의 앞당김이라는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문제는 견고성이다.우리의 약점은 빨리 짓고 빨리 무너진다는 것이다.10년도 안된 건물이 금이 갔다느니 바닷모래로 집을 지었다느니 하는 뒷말들의 근원은 결국 ‘빨리 빨리’의 서툰 생활철학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다. ‘빨리빨리’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을 우리는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삶의 여유가 없다. 빨리 빨리 해서 얻고 벌 줄은 알았지 그것을 즐기며 누릴 줄을 모른다. 고요한 침묵의 소중함을 다 잃어버렸다. 고속열차도 좋지만 때로는 코스모스 길이 보이는 완행열차가 그립기도 하다.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 천천히 천천히 이슬방울도, 들풀도… 수많은 존재들과 더불어 살고 있음을 알고 가면 어떨까? 시대를 거스르는 느림보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지나친 의욕과 조급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가 아닐까? 매사에 신중하게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면 과정도 결과도 모두 다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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