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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유가시대 특집] 험난한 고유가 파고를 넘어라..
기획/특집

[고유가시대 특집] 험난한 고유가 파고를 넘어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236호 입력 2008/06/17 10:56 수정 2008.06.17 09:33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 연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며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기름 값을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 서민들은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유가 폭풍이 어느 정도 위력을 가졌는지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서민들 뿐만 아니다. 운송업계를 비롯해 사업계 전반에 고유가 파동이 몰아 닥치고 있다. 화물연대는 고유가를 이유로 차를 세웠고, 건설현장도 곧 뒤따를 태세다. 제조업체도 뛰는 원자재 가격을 잡기 위해 원가 절감에 팔을 걷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이렇다 보니 각계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고유가’라는 험난한 파고를 넘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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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수업계 울상>>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 값이 결국 화물차를 멈춰 세웠다.
ⓒ 양산시민신문

“차량 운행할수록 카드 빚만 늘어난다”

화물운수업계 종사자들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경유 값 폭등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지경이다.

2.5톤 트럭을 운행하는 박영수(가명) 씨는 기름 값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짐을 ‘엎어서’ 간다. 납품 시간이 다른 짐을 혼적해 두 번 왕복할 것을 한 번으로 줄이는 것이다.

밤 9시에 도착해 1차 납품을 한 뒤 2차 납품 시간인 새벽 5시까지 남는 6시간은 차 안에서 새우잠을 청한다. 불법으로 짐을 혼적하다보니 안전사고 위험에 내몰리지만 기름 값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박 씨는 “짐을 엎어 가면서 운행횟수를 단축해 한 달 기름 값을 겨우 30만원 줄였지만, 그래도 20만원이 적자인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남부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조영제 씨 역시 경유 가격 폭등으로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산배송을 포기했다.

남기는 커녕 기름 값을 대느라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개업식과 장례식에 쓰이는 화분과 화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조 씨는 부산과 김해에 있는 병원과 장례식장에 주로 배송해왔는데, 이달부터 장거리 배송을 하지 않는다.

조 씨는 “만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부산까지 직접 배송을 나갔는데 기름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송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현재 수입의 40%가 감소한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화물연대본부 부산지부 양산지회 고정기 지회장은 현재 상황을 ‘어제보다 못한 오늘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차를 움직일수록 적자가 커져 운행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트레일러로 부산~양산을 2회 반 왕복하는 운임비 27만5천원에서 유류대와 도로비, 보험료, 수리비 등 직·간접 비용을 제하면 하루에 1만8천원의 적자가 난다고. 이 계산도 기름 값 1천900원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지금은 적자 폭이 더 큰 상황이다.

자구책으로 기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서울 등 장거리 운행 시 경제속도를 유지해 전체 운행시간이 늘어나자 하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운행해 운전자들이 졸음운전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내리막길에서는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차체 무게를 이용한 중립운행을 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고.

고 지회장은 “화물운송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공익성이 큰 만큼 현재와 같이 시장경제논리에 맡겨버리면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국가가 정유사 원가공개로 경유 값 폭등을 잡고 운송요금체계를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0년 동안 경유 가격이 7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운송비는 제자리였기 때문에 적자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유가연동제와 표준요율제 실시, 유류보조금 현실화만이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정 기자 / vega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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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패턴 변화>>
↑↑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자전거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자전거·지하철 ‘웃고’, 자가용 ‘울고’

유가 폭탄은 서민들의 생활을 송두리째로 바꿔 놓았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유류비 절감과 함께 건강을 챙기려는 짠돌이형 웰빙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

우리 몸의 지방을 태워서 어디든 갈 수 있어 기름값 걱정없는 차세대 이동수단이고, 거기에다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다.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김선형(34, 물금 범어리) 씨는 최근 자신의 승용차 대신 자전거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김 씨는 “출·퇴근만 했을 뿐인데 한 달에 기름값이 몇십만원은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로 지하철이 개통하면서 남양산역까지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한 달 만에 자전거 한 대 값이 나올 정도로 경비가 절약됐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곳곳에 도로공사가 한창이고, 제대로 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양산지역에서 자전거를 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기범(37, 북부동) 씨는 “양산은 유산공단, 산막공단 등에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조성돼 있을 뿐, 일반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무하다”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을 때는 차도 우측으로 다녀야 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북부동 곳곳이 도로공사를 하다 보니 너무 위험해 대부분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1.5m 폭의 좁은 인도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더라도 그칠 줄 모르는 유가 고공행진에 생계형 자전거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양산점 윤기수 대표는 “지난 4월부터 2~3달 사이 아동용 자전거 판매량은 감소한데 반해 성인용 자전거 판매량은 2.5배 증가했다”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돼 있는 창원, 진해, 김해에 비해 자전거 판매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올해 들어 스파크DX나 하로DX 등 12만원대 저렴한 가격의 출퇴근용 자전거를 찾는 시민들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민들의 고유가 해결책은 자전거라는 말이 여기저기 나오면서 자전거 도시를 꿈꾸는 지자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7월 8일을 자전거날로 지정해 자전거타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고, 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을 자전거 출퇴근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대한 조례>를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근로자가 자전거로 출퇴근할 경우 1인당 3만원까지 지급하는 ‘자전거 출퇴근 수당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양산지역은 자전거 전용도로나 자전거 임대정책 등은 고사하고 자전거 보관소조차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이제 양산시 역시 고유가로 시름하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시점이다.

엄아현 기자 / coffee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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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안간힘>>
↑↑ (주)신기인터모빌은 천정을 투명한 재질로 바꿔 낮에는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 양산시민신문

(주)신기인터모빌, 재활용에 ‘올인’

고유가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역 기업들도 고유가 파동을 이겨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출·퇴근 문제가 걸린 직원부터 원자재 가격과 공장 운영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임원진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주남동에 있는 (주)신기인터모빌(대표이사 김인찬)은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고유가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원유가 주요 재료인 플라스틱과 비닐 등 원자재가격 상승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이후 원자재 가격이 50% 이상 급증했지만 납품단가에 반영이 제대로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공장을 멈추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 직원들이 참여해 원가 절감 노력에 나섰다. 사무실과 작업현장에 책임자를 선정해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은 기본이고, 임원들이 수시로 둘러보고 지적사항을 점검해 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분리수거 해 재활용하는 등 비용을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종이류 등을 모두 되팔아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하기 위해 회사 전체가 나섰다.

특히 현장에서는 제품을 포장하는 비닐을 펴 다시 사용하고, 비닐을 포장하는 마대에 지퍼를 달아 이를 계속 활용함으로써 협력업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폐기했던 플라스틱 찌꺼기를 신기인터모빌이 자체적으로 만든 도구를 이용, 재활용하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공장 시설을 변경해 근본적인 절감 효과를 보는 사례도 있다. 공장 지붕의 일부를 투명한 재질로 바꿔 낮에는 햇빛을 이용해 굳이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것이다.

고유가 파동은 직원들 자신의 생활 방식도 바꿔 놨다. 통근 버스 이용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카풀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풀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전용 주차장을 지정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자전거 보관대도 설치할 예정이다. 물론 자전거 설치대는 새로 구입하지 않고 작업현장에서 나오는 폐 철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대표이사도 나섰다.
김인찬 대표이사가 직접 사내 게시판에 원가절감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글을 올려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기에 신기인터모빌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윈윈 전략을 세웠다. 절약한 비용을 전부 직원들의 학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김동규 관리이사는 “무조건 절약하자는 구호를 외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대표이사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관리부서는 절감을 위한 노력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를 위기로만 여기지 않고 새로운 사내 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기업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홍성현 기자 / red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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