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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사설모의고사가 뭐기에?..
오피니언

[화요살롱] 사설모의고사가 뭐기에?

양산시민신문 기자 237호 입력 2008/06/24 18:07 수정 2008.06.24 04:24

 
↑↑ 김용택/전.경남전교조지부장
ⓒ 양산시민신문 
'사설 모의고사는 학생의 진로지도에 유용한 정보 제공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치르도록 하라.'

사설 모의고사는 단위 학교별 연간 교육과정 편성·운영계획에 반영하고 시험 시기나 횟수 등 평가를 위해 운용되는 사항은 각 학교의 재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다음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4·15학교자율화 조치 후 경남도교육청의 방침이다.

이러한 방침이 발표되기도 있기 전 지난달 23일 일반계 고등학교 137개 중 79개 학교가 사설 모의고사를 치러 시민단체가 ‘사설 모의고사를 치른 고등학교 관계자에 대해 감사를 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설모의고사란 사설업체가 출제한 문제를 일과시간에 공무원인 교사가 업체에 고용돼 수당을 받고 치르는 시험이다. 계열예상 석차와 지원학과 예상 합격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원하지 않는 학생까지 1인당 9천원씩 응시료를 받는다. 인문계 고교는 사설모의고사 외에도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전국연합학력고사를 고교 1, 2학년은 연간 4회, 3학년은 6회나 치른다.

무상으로 치르는 전국학력고사로도 수험생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도 사설모의고사를 치르는 이유가 뭘까?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는 논외로 치자.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치르도록 하라’는 도교육청의 사설모의고사 방침은 법을 어겨도 좋다‘는 공교육황폐화선언이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배당된 교과목을 주당 몇 시간씩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

모의고사를 치면 학생으로서 당연히 배워야할 교과목을 공부할 수 없어 학습권의 침해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학습권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모의고사를 실시한 날 정상수업을 한 것처럼 출석부까지 허위 기재한다. 교육과정도 어겨가면서 공문서까지 위조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치졸한 변명이다. 법을 어겨가면서 까지 치르는 사설모의고사는 과연 학력향상에 도움이라도 되는 것일까? ‘사설모의고사를 치른 당일, 교실에서는 응시료를 낸 학생들이 대충 답을 찍고 자는 모습을 보여 입시 시험에 찌든 암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기자들의 현장스케치에서 볼 수 있듯이 사설모의고사는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경상남도교육·학예에 관한 행정감사교육규칙‘까지 어겨가면서 또 학교운영위원위원회 심사와 스쿨 뱅킹 지침도 지키지 않으면서 학교가 사설모의고사를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해법이 없는 게 아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원하는 학생들을 모아 업체가 주관해 치르면 될 시험을 학교가 대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가 사설모의고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학교가 사설모의고사업체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와 무관하지 않다. 겉으로는 학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사설모의고사를 치른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설업체의 리베이트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해 실시하라’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위법한 사항을 학운위가 결정한다고 합법이 될 수 없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경제적 부담 없이 공교육 틀 내에서 질 높은 다양한 교육을 실현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모두에게 ‘꿈’과 ‘희망’과 ‘기쁨’을 주는 교육이 되게 하겠습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러한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사교육비가 작년에 비해 16%나 증가해 사교육비 통계사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설모의고사를 허용하고 우열반편성까지 용납하면서 공교육을 정상화시겠다는 것은 코미디다. 4·15학교자율화조치를 백지화시키지 않고서는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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