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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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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태도시 쿠바현지르포] ①생존 위기, 유기농업으로 극복한다

김명관 기자 cheongam@ysnews.co.kr 입력 2008/07/02 10:20 수정 2008.08.13 11:18
‘녹색혁명’ 바람… 생태도시 아바나 탄생케 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두 달 가까이로 이어져오고 있다. 유가와 곡물값 폭등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식량위기로 인한 혼란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와 카메룬, 아이티, 세네갈 등 제3세계에서는 식량폭동이 일어나고 있고, 주요 수출국들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확보를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식량 자급 문제를 단지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문제로 연결짓고 있다.

쌀을 뺀 나머지 식량 자급률이 5%인 우리나라에서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며, 도처에 널려있는 위해 식품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또 무엇인가?
이런 가운데 식량위기의 극복은 물론 먹거리의 안정성까지 확보해가는 나라가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중남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시가와 커피, 사탕수수의 나라 쿠바를 통해 식량위기의 해법은 물론 유기농업을 통한 친환경 생태도시의 발전된 모습을 살펴보았다. 경제위기·식량위기 등 재앙에 가까운 각종 위기를 쿠바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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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글 싣는 순서
① 도시 유기농업 쿠바를 살리다-쿠바현지 르포1

②도시 유기농업의 실태와 교훈-(쿠바현지 르포2)
③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쿠바-(쿠바현지 르포3)
④생태도시 쿠바-(쿠바현지 르포4)
⑤기획좌담회-양산의 농업 이제는 유기농이다



허약한 경제체질, 위기 불러

1959년 카스트로와 체게바라의 혁명 이후 “국민 모두 평등하게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국가를 건설 한다”는 카스트로의 이상 아래 쿠바는 급속한 근대화와 발전을 이루게 된다. 식생활, 의료,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라틴아메리카 최고 수준의 삶을 실현하는데 성공했지만 쿠바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같은 발전을 이룬 것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옛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과 매우 유리한 무역관계와 방대한 해외원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농업은 목초지를 제외한 농지의 60%에서 사탕수수만을 재배하는 등 대규모 단작으로 특화되어 있었다.

옛 소련은 쿠바의 사탕을 국제가격의 5.4배나 되는 고액으로 구입한 반면 석유는 염가로 계속 공급해 주는 등 쿠바의 경제체질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이었다. 매우 위험한 무역구조지만 사회주의권이라는 안정적인 수출대상이 담보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험은 표면화 되지 않았다.

연료는 물론 농기계의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옛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급받은 쿠바의 농업형태는 트랙터와 농기계 비율이 라틴아메리카 내에서 최고의 수준이었고 화학비료 투입량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위험한 경제구조와 무역구조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과 동시에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해 쿠바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옛 소련이 붕괴하자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릴 기회로 여긴 미국의 경제봉쇄는 이미 위기상황에 빠진 쿠바에 한층 더 타격을 안겨주었다.



생존위한 선택… 유기농법 개발

1991년 전시가 아님에도 쿠바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게 된다. 영양 면에서 라틴아메리카 최고를 자랑하던 쿠바는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비타민 부족으로 5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일시적으로 실명 등의 시각장애와 운동기능 손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의료체계는 물론 쿠바의 모든 것이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결국 아사직전의 위기에서 생존의 해법은 도시유기농업이었다.

군 당국에서 자체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 X’는 쓰레기장을 밭으로 바꾼 ‘오가노프니코’와 ‘오토콘스모스’라는 자급농장이 대표적인 성과가 된다.
‘오가노프니코’라는 명칭자체가 이제는 도시농업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지만, 쿠바의 토양은 검붉게 탄 아열대성의 부패한 흙이다. 따라서 화학비료가 없이는 경작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아바나 시가지의 대부분이 콘크리트와 유리조각으로 덮여 있어 경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러한 때 쿠바의 한 서민이 “오가노프니코”라는 특별한 농법을 고안해내게 된다. 이랑을 만드는 대신 콘크리트 벽돌과 돌, 베니어합판, 금속조각을 모아 둘레를 치고 한 가운데 퇴비와 흙을 섞어서 채소를 기르는 방식이다.
↑↑ 오가노프니코에서 한 농부가 채소를 가꾸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도시 식량생산 … 이익‘극대’

쿠바의 유기농 도시농업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지면서 시민들이 나서서 앞마당, 뒷마당, 발코니 등에 채소를 재배하였다. 정부는 자급자족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도시의 모든 빈 땅을 시민들에게 빌려 주게 된다.

생산량을 올리기 위해서 경작지도 필요했지만 농업기술의 개발과 농기구의 제공, 일반인에 대한 농업지식의 보급 등 여러 난제도 정부가 해결해 주게 된다. 정부의 토지분배와 연구지원이 뒷받침되고, 2천여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유기적으로 유기농업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220만의 인구를 가진 아바나 시는 1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 센트로 아바나와 아바나 비에하 구역을 뺀 13개 지역 전역에서 도시 유기농업이 전개되고 있다.

쿠바의 도시 유기농업은 처음에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봉쇄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자구책이며 식량사정을 개선하기위한 임시방편으로 도입된 것이지만 이제는 도시 유기농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이것들이 쿠바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경제외적 이익 때문에 쿠바정부는 도시유기농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쿠바의 도시 유기농장의 확산으로 이미 지난 2000년 쿠바전역의 농산물 총생산은 화학비료와 각종 농기계를 투입했던 1989년 이전의 수준을 뛰어 넘었으며 식량위기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전 세계 대안농업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김명관 기자 / cheo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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