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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조광수의중국알기] 중국과 대만 사이의 은원(恩怨) 양안..
오피니언

[조광수의중국알기] 중국과 대만 사이의 은원(恩怨) 양안(兩岸) 관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7/08 19:42 수정 2008.07.08 05:33

↑↑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그다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세계엔 지금 분단국가가 둘 있다.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이 강대국의 이해관계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분단되었다가 내전을 치르면서 분단이 고착화 된 경우라면, 중국은 처음부터 국공 내전이란 내부적 요인으로 분단된 경우다.

1949년부터 중국과 대만으로 나뉘었으니 벌써 두 세대가 된다. 약 60년 동안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참 많은 곡절이 있어 왔다.

양안 관계의 가장 최근 모습은 구동존이(求同存異)라고 할 수 있다. 구동존이란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을 추구하되 우선 다른 것은 다른 데로 놔두자는 뜻이다. 중국적 실용주의와 긴 시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다.

중국과 대만의 집권당은 하나의 중국이란 목표에 공감한다. 특히 금년 5월 대만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안 사이에 화해와 공생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당 당수가 베이징에 가서 공산당 당수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직항 노선을 허용하고 상호 학위를 인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적인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타이베이와 상하이는 서로 판다와 오랑우탄을 교환하는 등 동물을 통한 정서적 교류도 넓히고 있다. 그것이 구동(求同)이다. 존이(存異)란 통일 문제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 대만 독립 주장자들의 의견은 일단 잠복한 채로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사실 지난 8년 동안 집권했던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중국 대륙과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싱가폴처럼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독립국으로 분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만은 참 아름다운 섬나라다. 비록 크지는 않지만 아열대에 위치한 덕분에 온갖 과일을 비롯해 자원도 풍부하고 사람들도 온순하다. 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열정보다는 경제에 밝은 편이다.

게다가 사회 구성원들끼리는 함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반적이다. 인생은 음식남녀(飮食男女, 인생이란 먹고 마시고 남녀 일로 족하다는 삶의 태도)일 뿐이라는 철학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들 대만 사람들의 상당수는 중국과는 독립된 별개의 나라로 정체성을 갖고 싶어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서너 가지 이유가 있다. 대만 사람들은 일찍이 중국이 청일전쟁의 패전 배상용으로 대만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대만을 훌쩍 일본에게 할양해 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항복 후에도 승전국이었던 중국 중앙 정부는 대만을 까마득히 버려두었다가 국공 내전에서 국민당군이 더 갈 데 없이 밀리게 되자 대만을 최후의 보루 삼아 점령군처럼 군화발로 밀어 닥친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2·28 사건이라는 참혹한 대규모 학살 사건도 있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명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이 만든 ‘비정성시’란 영화가 바로 그 사건을 소재로 했었다.

이렇듯 시작부터 도덕성을 상실한 중국 대륙인들은 이후 1980년대 중반 들어 대만 본토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대만인을 차별해오기도 했다. 평소 조용하고 온순한 대만 사람들이지만 그동안 대륙이 대만을 어떻게 취급해왔는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대륙에서 패전하여 넘어온 세대들의 통치가 끝난 지금에 와서 대만 사람들이 새삼 대륙과의 일체감이나 동질성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늘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대만 총통 선거 때를 전후해서 독립 이슈가 커지면 미국 태평양 함대와의 대치를 감수하고서도 무력시위를 불사했었다. 결국 몇 년 전 전인대(국회)에서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켜 분열이나 독립을 시도하는 세력에 대해선 무력 진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아예 만들었다.

사실 중국은 원래 땅 욕심이 많은 나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이라고 할 수 없는 티베트를 잔인하게 무력 점령했는가하면 지금도 몽골을 중국 땅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은 한족 말고도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다. 이들 소수민족들은 인구 비중은 8% 정도이지만 국토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살고 있다. 특히 변경 지역의 넓은 완충 지대에 분포해 있는데 마침 그 지역들은 지하자원과 동식물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만약 이들 중 위구르나 무슬림 또는 티베트처럼 중국에 원한이 많은 소수민족들이 분리 독립을 시도한다면 중국으로선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결코 용납할 수는 없는 명백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지혜롭고 실용적이다. 지금 2천3백만 대만 인구 중 1백만명이 사업차 중국에 체류하고 있다. 중국 남부 동관이란 곳에만 3십만명의 대만 비즈니스맨들이 몰려 컴퓨터 부품 관련 세계적 클러스트를 구축해 놓았다.

양안 사이의 유학은 물론 혼인도 자유롭다. 이미 기능적으론 상당한 통합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요란하게 정상회담까지 해 놓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은 없는 남북한으로선 양안 관계가 그저 타산지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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