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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탐방] 좌삼초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
교육

[학교탐방] 좌삼초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240호 입력 2008/07/15 16:58 수정 2008.07.15 02:14

좌삼초는 상북면 좌삼리에 자리 잡은 아름답고 조그마한 시골학교다. 인구 24만에 육박하는 신흥개발도시 양산시이지만 상북면 좌삼리는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는 않았다. 비교적 낡은 교사(校舍)와 6학급의 67명 학생이 전부로 여느 시골학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좌삼초 아이들에게는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좌삼초표 미소’가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학교와 교사에게서 받는 남다른 관심과 애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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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사랑과 관심이
아이의 인성을 만들어


김용두 교장은 좌삼초를 한 울타리 속 가족이라 표현한다. 김 교장은 “한 사람의 인성은 대부분 어렸을 때 형성되죠.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 늘 관심을 받고 자란 아이는 그만큼 남들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거예요. 우리 좌삼초 교사들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진심어린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쏟아 준답니다”라고 전했다.

시골학교 특유의 진솔함과 소박함이 교육과정 내내 묻어나 교사와 학생들간 교감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1학년 12명, 2학년 10명, 3학년 11명, 4학년 14명, 5학년 11명, 6학년 9명으로 모두 6학급 67명의 소규모 학교이기에 교사와 학생이 칠판과 교과서가 아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수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 때문에 여느 초등학교의 수업시간과는 다른 대화와 소통이 있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조신교 교감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고, 반 아이들 앞에서 일어나 당당히 발표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대단히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어요. 도시학교와 비교해 이같은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 시골학교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되죠”라고 자랑했다.


받는 사랑 뿐 아니라
베푸는 사랑도 배워


참된 인성은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진다고 했던가? 좌삼초 아이들은 받는 사랑 뿐 아니라 베푸는 사랑까지도 배우고 있었다.

좌삼초에는 3학급의 특수학급이 있다. 장애아동보호시설인 늘푸른집과 통합교육을 통해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장애아동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좌삼초 아이들은 장애아동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함께 개구쟁이 짓을 하며 남다른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 따위는 없을 수밖에 없다.

또 매년 어울림의 날을 통해 좌삼초 아이들이 직접 늘푸른집을 방문해 저학년들은 놀이를, 고학년들은 미술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봉사자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조정윤 교무부장은 “처음에는 자신과 조금은 다른 장애아동들의 모습과 행동에서 아이들이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꼈던거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조금이라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어요”라고 말했다.
↑↑ 늘푸른집 방문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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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야영수련활동
마을축제로 거듭나


좌삼초는 운동회와 아영수련활동 등 학교 행사도 아주 특별하다. 좌삼초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그야말로 마을축제가 된다. 학부모, 교사는 물론 동창생, 지역주민들이 모두 참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에 개최한 운동회는 보다 많은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야간에 진행했다. 오후 5시부터 9시 반까지 밤늦도록 함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인근 주민 누구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용두 교장은 “시골학교는 단순히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마을사람들의 문화공간이자 체육공간이며, 또 동창생들의 추억의 공간이죠. 앞으로도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고 전했다.
↑↑ 야영수련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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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명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시골학교이기에 교육 프로그램이 다소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좌삼초 교사들의 남다른 열정이 만들어낸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삼초는 소규모 시골학교의 특수성을 완벽히 살려 월말평가와 실력나르미 통신을 만들었다. 각 과목의 평가를 통해 개개인의 학습정도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개별통신문인 실력나르미를 각 가정에 발송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정확한 학습능력을 알게 되며, 자연히 가정학습의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학습 부진아 판별도 가능해 각 학급 담임이 자진해 교과학습 부진아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방과후학교도 좌삼초이기에 가능하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시설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방과후학교이지만 수익자 부담이기 때문에 아무리 소규모 학교라 할지라도 전교생이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좌삼초는 교육청 지원금과 학교 예산을 별도 편성해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수강케 하고 있어 장애아동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1강좌 이상 수강하고 있다. 또한 바이올린 강좌를 제외한 주산암산, 컴퓨터, 논술, 미술 등 4개 강좌를 모두 좌삼초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수준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 아이들의 참여를 높이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된다.
↑↑ 현장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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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씨앗처럼 아이의 꿈을 싹틔울 터”

↑↑ 김용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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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저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죠”라며 말문을 열기 시작한 김용두 교장은 연방 교사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얼마전 5학년 학생이 자전거 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하게 됐는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수술비 마련이 힘든 상황이었죠. 그때 누구 먼저랄 것 없이 모든 교직원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수술비를 지원했는데 그게 자그만치 280여만원이나 됐어요. 고작 10명 남짓한 교직원이 말이죠. 모두들 생때같은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성금 한 거죠”

김 교장은 흔히들 시골학교를 잠시 들렸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에 학교에 소홀하지나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것이 괜한 걱정임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야영수련활동 때도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는 사설수련원이 이용하면 될 것을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며 학교에서 직접 1박2일의 야영수련활동을 진행했죠. 모든 교사가 합심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통솔한다고 무척이나 고생했어요. 매번 학교일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특별한 교사들 곁에는 특별한 교장이 있는 법. 33년간 오직 교육에만 몸담아 온 김 교장의 남다른 교육철학이 이처럼 가족같은 학교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좌삼초에 부임하게 된 김 교장은 우선 ‘떠드는 소리,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학교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여느 아이들처럼 교장을 보면 조용해지고,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행동만 했죠. 한마디로 정말 조용하고 얌전한 학생들이었죠. 때문에 학생조회 시간에 전교생과 함께 도서관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복도에서 만나면 큰 소리로 인사하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등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니 금새 마음의 문을 여는 거예요. 아이들의 마음이 순백의 도화지라죠?”

잠들어 있는 씨앗을 싹틔우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꿈을 깨우려 노력한다는 김 교장. 교장실 한켠에 걸려 있는 전교생의 웃음 띤 사진들이 그의 아이들에 대한 진실된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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