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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소(牛)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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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소(牛) 타령

양산시민신문 기자 240호 입력 2008/07/15 17:12 수정 2008.07.15 02:28

↑↑ 권오주
양산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인도 연방 헌법에는 소와 송아지, 또는 다른 젖 짜는 동물이나 수레 끄는 동물을 도살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소가 많은 나라이나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20세기 현대 인도에서 지켜지고 있는 소에 대한 숭배와 금기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동일하다는 힌두교의 교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도 전역에서 단백질 결핍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억 마리를 훨씬 넘는 소를 잡지도 먹지도 말라는 힌두교의 금기는 엄격하게 준수되고 있다. 사실, 불합리한 듯 보이는 소에 대한 금기는 힌두교 교리의 맹목적인 실천이기 보다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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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에 대한 애착 또한 같은 이유로 농촌에서는 한 식구처럼 소를 돌보며 소에 대한 대접도 융숭했었다. 사람은 굶어도 절대로 소는 굶기지 않았다. 굶기지 않을 뿐더러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들에 나가 소가 좋아하는 풀을 베어다가 소부터 먹이고 밥을 먹었다.

절박한 삶의 듬직한 기둥으로 척박한 산간 농토를 일구는 주된 노동력으로 소가 존재 하였고 가난한 농촌 가정의 희망이며, 과거 농경 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농사일을 돕는 일하는 짐승으로 부와 재산, 힘의 상징 이었다. 소에 대한 속담만 봐도 얼마나 우리들이 소를 믿고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자식 없이는 농사지어도 소 없이는 농사를 못 짓는다”,“소는 믿고 살아도 종을 믿고는 못산다”,“마누라에게 한 말은 새도 소에게 한 말은 안 샌다” 이렇게 소는 믿음직한 존재였다. 고대 사회의 소는 주로 제천의식의 제의용이나 순장용으로 사용되었다. 사람 대신 소가 제물로 이용 되었든 것이다.

이러한 풍습은 고려, 조선까지 이어져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소를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소는 비록 느리지만 근면함과 묵묵함은 유유자적의 여유와 소의 모습에는 긴장감이나 성급함을 찾아볼 수 없으며, 순박한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롭고 자적한 느낌의 감성을 한국인은 소에게서 찾은 것이다.

나라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금년 5월은 쇠고기타령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다. 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동물들 중에서 소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대접받는 동물이 또 어디 있던가.

지금은 소라고 하면 쇠고기만을 연상하지만, 옛날, 소는 살림살이를 함께하는 가족이나 다름없었기에 남의 식구인 소가 들어오니 국민적 마음의 정서가 불편하였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를 본 것이 아니라 쇠고기만 연상 하였을 것이고, 내 가족은 이해 할 것이라 믿고 이웃 달래어 우리가족 쇠고기 더 먹일려다 오히려 쇠고기 정국의 여파를 맞이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두 달 이상 촛불 집회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여파가 노동파업, 종교 집회로 까지 확산되어 지금도 광화문 거리에는 집회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식품 주권과 광우병 위험으로 부터의 안전한 국민건강을 지키자는 촛불 집회에 혹자는 “촛불이 횃불 되게 했다며 광풍을 주도한 사람들은 안하무인의 굿판을 이제 끝내라고, 그것이 애국애족 일념의 촛불문화제였다면 다른 곳에 새로 촛불을 켜야 한다.

먼저, 우리 주변에 한 번도 없었던 인간광우병보다 부정·불량식품에 포위 되다 시피 해 살아가는 절박한 현실에 더 분노하기 바란다”라고 말한다. 급기야 좌파니 우파로 나누어 힘겨루기로 발전되고 촛불 집회 참가자의 재협상 요구에 정부는 추가 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마무리 짓는 상황이다.

미국 소에 밀려 농촌에서 제대로 잘 살아보지도 못하고 우리 소 잃어버릴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두려워하는 한우 농가, 미국 소는 안전하지 않으니 광우병으로부터의 두려움에 촛불을 들어야만 했던 참여자들, 명품 한우고기는 아니더라도 불고기나 갈비 한번 욕심껏 먹어보고 싶은 국민도 있을 것이다.

소가 우리 가족을 지켜 주었든 시대가 지금 존재 할 수 도 아닐 수 도 있다. 우리의 농촌 경제가 오늘의 경제 상황에 우리 모두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까? 라고 말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농촌을 버리고 미래 우리사회를 낙관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미FTA 체결에 목축산업과 자동차 산업 간의 치열한 대립이 정치적 영역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든, 미국의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되어 지더라도 우리의 소는 농촌의 미래이기에 소비자는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소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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