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난 3월에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설립, 양산지역도 드디어 다문화사회로의 발걸음을 한발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늘어나는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양산지역 속에서 융화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주관 아래 전국 13개 신문과 함께 ‘다문화사회의 공존방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취재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양산지역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 외국인들의 실태를 조명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양산 속 거주외국인의 현주소
②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③빚내서 한국행, 그 빚에 발목 잡혀
④무지개빛 지역사회를 바란다
------------------------------------------------
100만 외국인 시대에 걸맞게 양산지역 거주 외국인도 이미 3천명을 넘어섰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모두 3천87명의 외국인이 양산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는 2007년 4월 2천461명과 비교해 보면 8개월 사이 20.2%(626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외국인노동자가 2천631명이며, 국제결혼이민자(혼인귀화자 포함)는 341명에 해당한다.
이처럼 양산지역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에게 양산지역은 과연 어떤 곳일까? 코리아드림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땅인가, 아니면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벗을 수 없는 상처의 땅인가.
외국인노동자,
폭행ㆍ임금체불 등 부당대우
양산지역은 거주 외국인 가운데 85.2% (2천461명)가 외국인노동자다. 물론 이는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경우이며,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까지 더하면 외국인노동자만으로도 3천명이 넘을 법한 큰 수치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사회에 몸과 마음을 정착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헬미(27), 모스토파(27) 와르토(30)씨가 회사로 향하던 중 어른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같은 회사직원 이아무개 씨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해 전치 9주의 중상을 입은 억울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는 문화이기에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한 것이다. 문화적 차이와 사사로운 시비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인 폭행사건이었지만 각목을 사용해 팔이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사실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건이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이지연 사무국장은 “여전히 한국사람들은 외국인노동자를 ‘불쌍한 놈’ 아니면 ‘나쁜 놈’이라는 두 부류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폭행사건 역시 이같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주나 근로자가 외국인노동자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필요해 활용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 역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에 접수된 232건의 상담 가운데, 임금체불이 52건으로 29.5%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퇴직금(18.2%) 등의 상담을 더하면 임금관련 상담이 85건으로 48.3%에 달해 임금체불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 인격모독…
사회적 약자 취급
양산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6년 341명이었던 결혼이주여성이 2007년 456명으로, 무려 25.2%(115명)가 증가했다. 또한 국제결혼가정자녀도 증가해 현재 147명에 달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외국여성과의 결혼이 양산 지역에서도 이제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다른 피부색과 문화와 언어는 지역사회에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여성 웨이(28, 가명)씨는 마치 남편의 소유물처럼 살고 있다. 하루일과를 남편이 모두 결정해 주며, 시간과 장소 역시 남편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는 안되며, 외국인 친구는 더더욱 안된다. 자녀는 꼭 원정출산을 해야한다는 남편의 지시에 따라 현재 세 자녀 모두 국적이 다른 상태다.
또 양산지역으로 국제결혼을 온 지 3년째 되는 필리핀 이주여성 링(27, 가명)씨는 이주하는 그날부터 바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했다. 직업이 없는 남편으로 인해 주유소, 가내수공업공장 등을 전전하며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한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일부터 시작한 링씨는 한국어도 필리핀어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벙어리처럼 일만 하고 있다.
양산결혼이민자지원센터 이영화 센터장은 “평생의 반려자로서 결혼한 여성에게 자신의 소유물처럼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행복을 찾으러 국경을 넘어 결혼한 용기있는 여성들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또한 국제결혼은 이주여성들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닌 그들 2세인 자녀들의 문제로 비화된다. 자녀들은 향후 10년 후면 양산지역의 주역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송출비용이 발목 잡아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아야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리아드림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오기 위해 직업알선업체나 결혼중개업체에게 송출비용으로 3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지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은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되고, 결혼이주여성들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묻지마 결혼’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른바 브로커들을 통한 송출비리는 이제 이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한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송출과정에서 애초부터 안고 오는 문제라 할지라도 엉켜 있는 실타래를 푸는 첫 단추는 바로 이들의 이웃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식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문화사회 양산을 위해 주민들은 이들을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지난 손님으로, 그리고 우리사회의 일원으로서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 |
↑↑ 이주 외국인 관련 8명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 열띤 토론을 펼쳤다. |
ⓒ 양산시민신문 |
다문화사회 공생 대안 모색 워/크/숍
“외국인 100만 시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주최, 대전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주관으로 전국 13개 신문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9일 ‘다문화사회 공생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펼쳐졌다.
![]() | ![]() |
↑↑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한국염 대표 | |
ⓒ 양산시민신문 |
한국염 대표는 “한국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결혼이주여성을, 저임금노동력부족으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우리의 필요로 인해 받아들인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인 이방인으로 취급해 버리는 사고는 분명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통합을 강조한 나머지 ‘동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화 정책’ 등을 펼치며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사회통합과 인권이 충돌된다면 마땅히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영숙 팀장은 “시흥시는 현재 1만3천여명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있을 정도로 매해 증가추세에 있다”며 “현재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뿐 아니라 고용허가제의 허점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이탈자들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이어 김호철 국장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여성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지역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이 때문에 ‘취업형 국제결혼’,‘현대판 이산가족’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결혼에 대한 순수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석창원 대표는 “현재 11개 정부부처가 외국인거주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무분별한 중복사업이 행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서의 외국인거주자들의 권리만을 주장해서는 안되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도 부여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