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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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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② 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그래도 우리는 한국을 꿈꾼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08/08/19 10:05 수정 2008.08.27 04:34

한국행 결혼이 많은 베트남 여성들은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 속의 한국은 잘 살고, 한국남자는 매너가 좋다. 한 여성만을 사랑하고, 헌신한다. 더구나 잘 생겼다. 이곳 여성들에게 한국행은 평생의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다.

한국만 가면 그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 베트남 여성이므로.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코리아 드림을 이루기에는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의 국제결혼은 한국 내 노총각에 대한 결혼의 심각성과 현지 여성들의 코리안 드림이 맞물려 폭증하고 있지만, 브로커가 개입하고 배우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까지 한몫하면서 일부 결혼이주여성들은 파경을 맞거나 현지 사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국제결혼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①양산 속 거주외국인의 현주소
② 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③빚내서 한국행, 그 빚에 발목 잡혀
④무지개빛 지역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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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힘들고 어려워도 친정집에 말 못해요”

“가족들한테 갚아야 할 빚이 많아요. 나 잘살아야 하는데…”

베트남 출신 틴 티 보프(29, 양산 상북면)씨는 지난 2005년 8월 한국으로 시집왔다. 처녀시절 마을어귀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고, 그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나뿐인 남동생 르고(24) 씨는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보프씨는 결심했다. 한국남성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남동생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보프씨는 결혼중개업자에서 한화로 300만원의 중개비를 지불하고, 현재의 남편을 소개받았다. 마을 처녀들이 얘기하는 코리아드림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으로 시집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난소수술을 통해 난소 절반을 드러냈다. 엄청난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불임에 대한 불안감이 보프씨를 괴롭히고 있다.

인터뷰 내내 보프씨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설명해 나갔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보프씨는 “내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고, 내 불행이 가족의 불행이예요. 힘들게 살면 안되는데… 지금 아버지, 어머니, 언니 모두가 아파요. 저 때문에 아픈거 같아서 마음이 힘들어요. 너무 보고싶어요”라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취재단이 찾아간 보프씨의 친정집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3시간여 떨어진 하이퐁 라프레 마을이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취재단이 들어서자,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느라 마을이 한바탕 시끌벅적해졌다.

“우리 딸 잘 지내고 있죠?”, “그럼요…”, “그러면 됐어요. 그러면 다 좋아요”
어머니 윙티홍(47)씨는 취재단을 만나자 딸의 안부부터 묻는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딸의 상황을 그대로 전해줄 수 없다. 남편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말만 전해달라는 보프씨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광란(47)씨, 언니 리고(32)씨는 보프씨의 말대로 병색이 영력했다. 눈물도 웃음도 보이지 않는 가족의 표정이 취재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 국제결혼을 동경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은 비슷한 문화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채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는 상태에서 국제결혼을 강행해 일부 결혼이주여성들은 파경을 맞거나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양산지역으로 시집 온 틴 티 보프씨는 현재 건강과 경제력을 모두 잃어 한국생활이 힘들지만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에 있는 보프씨 가족(왼쪽)과 한국에 있는 보프씨(오른쪽)가 서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 양산시민신문



막연한 기대…
험난한 한국살이 전주곡


베트남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 중개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해 공급하는 결혼중개시스템, 소위 ‘마담문화’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국제결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부찌터넝씨(21, 경남 통영시)씨도 이 과정을 통해 국제결혼을 했다. 어머니 사우(61)씨는 “윗마을에 사는 아는 언니가 딸을 한국남자에게 소개시켜 줬다”며 “결혼식 모든 과정을 그 언니가 함께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마담’을 단지 ‘아는 언니’로 인식하고 있지만 부찌터넝씨는 마담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자리잡혀 있다.

부찌터넝씨는 “남편이 패물로 반지, 목걸이 등을 사줬는데, 한국으로 갈 때 언니(마담)가 패물을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안보내 준다고 해서 주고 왔는데, 이렇게 뺏긴 친구가 내 주위에도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남성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에서, 최근에는 결혼을 성사하고 싶은 베트남 여성이 돈을 지불하는 형태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틴 티 보프씨 역시 300만원의 소개비를 지불했지만, 많게는 1천만원씩 지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제결혼이 알선업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 상대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보다는 부풀려진 정보, 예를 들어 ‘한국에 가면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다’는 등의 정보를 받는다.

따라서 결혼브로커들이 결혼 성사에 매달려 신랑의 가정조건이나 직업, 한국내의 근로조건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기보다는 한국TV 드라마에 나오는 부유층의 생활만을 강조, 베트남 신부들이 시집 온 후 많은 실망감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한국인 신랑에게 친정가족들을 위해 매달 한화로 10만원에서 20만원정도를 송금해주는 조건이 부여되는데 막상 결혼 후에는 이 같은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파경을 맞거나 한국 내에서 신부가 도망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을 동경하는
베트남 여성들


상황이 이러할 진데도 한국에 대한 베트남여성들의 동경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취재단이 리엔(24, 제주)씨 친정집에 방문했을 때, 취재단이 온다는 말을 듣고 벌써 집에는 동생 스언(17)양과 친구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비와 장나라를 가장 좋아한다’며 한국연예인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스엉양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먼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니가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갈 생각이며, 국제결혼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동생 타잉(23)의 여자친구 푸엉(22)씨도 한국 갈 꿈에 부풀었다. 얼마전 한국어능력시험 200점 만점에 189점을 받았기 때문에 고용허가제 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상태로, 한국에서의 연락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푸엉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가 돼도 고작 한국 돈으로 10만원 월급을 받는 이 사회가 싫다”며 “한국가서 돈을 벌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다. 나중에 베트남과 한국을 연결하는 통역사가 되는게 최종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티베(23, 부산)씨 어머니 김티남(53)씨도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딸이 보내주는 돈으로 죽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위 이웃들이 딸의 한국행 국제결혼을 부러운 시선으로 처다보기 때문이다.

김티남씨는 “딸이 결혼할 때 지참금으로 겨우 한국돈 20만원을 받았고, 용돈을 많이 보내주는 것도 아니라서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위에서 시집간 딸 통해서 한국남성을 소개시켜 달라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있다. 딸이 한국으로 시집갔다는 말만 해도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렇듯 국제결혼을 동경하는 베트남 여성들로 인해서 베트남 자국 내의 남성들이 결혼 상대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국제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행복을 방해하는 덫은 곳곳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아는 베트남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좋은 결혼 상대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비슷한 문화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채 결혼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결혼은 험난한 한국 적응을 예고하는 전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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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트남 호치민 한국총영사관 남복현 영사

“국제결혼문제, 양국의 보이지 않는 벽”

ⓒ 양산시민신문
“한국과 베트남간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지만, 유독 국제결혼 문제는 베트남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들은 국제결혼을 빈민국들의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간주하고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다. 남복현 영사는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이 금지된 것은 대만과의 국제결혼이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남 영사는 “90년대초 베트남 여성들이 대만으로 국제결혼을 하기 시작해 무려 1만5천건에 이르렀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브로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진정성이 결여된 결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이 생겨났고, 2006년 동탕성에 버려진 아이들만 600여명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베트남 여성동맹 산하에 각 성마다 설치되어 있는 국제결혼센터를 통한 국제결혼은 합법화하고 있다. 결혼지원센터에서는 베트남 여성과 외국남성들 간의 중매를 알선하고 결혼을 위한 상대국의 언어와 법규 교육, 결혼수속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각 성마다 결혼중개업체를 선정해 합법적으로 중개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남 영사는 “연간 2천명 이상이 한국으로 시집가고 있지만, 결혼이주센터를 통한 결혼은 현재까지 200건에 불과해 사실상 정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이민을 위해서는 영사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혼경력과 장애, 20~30년의 나이차, 직업, 재산 등을 조사한 후 사실과 다를 경우 출입국 실태조사를 통해 거부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뷰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남 영사는 결혼의 최소한인 진정성이 현재의 국제결혼에는 없다며 비판했다.

남 영사는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장 결혼하는 건수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7천여건에 이르고 있다. 인터뷰 내용조차 브로커들이 모범답안을 작성해 교육시킬 정도로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결혼의 진정성은 애초부터 없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영사는 “대만의 버려진 아이들이 바로 10년 후에 한국 아이들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인 결혼을 사적인 영역으로 보고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릇된 국제결혼에 대한 양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 한국총영사관에서 국제결혼이민 허가를 위한 인터뷰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베트남 여성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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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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