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저, 소금을 칠까요? 내가 지그시 눈을 감아주자 남자의 눈이 고등어 눈처럼 우울하게 빛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남자의 손등을 물결쳐 나갔다.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끔직한 추억이, 집 나간 아내를 향해 고등어 푸른 목을 향해 칼을 내리친다.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남자는 노련한 검객이다. 순간, 고등어 영혼이 바다로 건너가는 소리를 빗소리가 삼켰을 것이다.
사내는 익숙한 솜씨로 철철, 눈부신 소금을 뿌렸다. 잠깐 동안 메밀꽃이 피는가 했다. 검은 봉지를 받아들자 사내의 생애가 훅, 풍겨 나왔다. 바다는 하늘에 떠 있고 빗물은 소금처럼 짜다. 사내와 비 사이에 서있는 어둠이 무겁다. 우우 어둠의 무게가 버거워 비는 다시 한 번 난전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비의 파편을 피해 처마 밑에 어둠처럼 깃든 사람들. 그때, 무기력한 눈을 미안하게 켜는 알전구가 어둠을 지워가는 시각.
순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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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아내를 생각하며 고등어를 내리치는 우울한 사내의 모습이 선합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시장의 풍경과 어울려, 고등어와 비와 하늘이 잔잔한 서정으로 보여지고요. 2연 소금을 뿌리는 것이 '메밀꽃'으로, 하늘은 바다이므로 짠 '빗물'이라고 보는 시선도 건질만한 비유입니다. 서사와 묘사, 그리고 상상력이 적절하게 안배된 시입니다
순순미 시인
1964년 경남 고성 출생. 동서대 사회교육원 문학아카데미 수료.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