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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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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③ 빚내서 한국행, 그 빚에 발목 잡혀
‘빛’찾아온 한국 … ‘빚’으로 얼룩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08/08/26 10:06 수정 2008.08.27 04:33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력이 들어온지 올해로 21년째다. 양산지역 역시 거주 외국인 가운데 85.2%(2천461명)이 외국인노동자이며, 불법 체류자까지 더하면 3천여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가난극복과 코리아드림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드는 비용이 한화로 300만원. 하지만 한국으로 가는 모든 과정에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브로커들로 인해 실제 송출비용은 1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브로커들은 빚을 내어 한국행을 택하도록 만들고, 빚을 갚고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을 주며 외국인노동자들의 불법 체류를 부추기게 만들고 있다.

어느 누구인들 정든 내 고향, 내 나라를 떠나 가족과 생이별하며 살고 싶겠는가. 하지만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해외 노동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이를 고스란히 감수할 밖에 없었다. 게다가 돈을 벌기 위해서 또 다른 빚을 내어야 하는 왜곡된 노동시장의 구조가, 이주가 꿈인 동시에 고통스러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의 송출과정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본다.

①양산 속 거주외국인의 현주소
②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③ 빚내서 한국행, 그 빚에 발목 잡혀
④무지개빛 지역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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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한국인의 폭행으로 팔이 부러진 인도네시아 외국인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전까지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며 부상당한 팔로 여전히 한국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체불ㆍ폭행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의 길 선택해


베트남 출신 옹푸(33) 씨는 10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10년 전 한국땅을 밟아 대전의 대화공단에 취직했을 때 첫 월급이 30만원이었다. 베트남 평균 임금이 15~20만원인 것을 감안해 볼 때 옹푸 씨에게 30만원은 꿈같은 돈이었다.

하지만 옹푸 씨가 한국으로 오기 위해 든 비용이 자그만치 1천만원. 산업연수생이라는 공식적인 자격으로 입국했지만 한국으로 조금 일찍 보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1천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취업비자가 3년이 지나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3년 동안 모은 돈은 송출비용 1천만원을 갚는데 모두 사용해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결국 옹푸 씨가 선택한 것은 불법체류였다. 그렇게 7년을 장기 불법체류자로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건방져 보인다는 이유하나로 한국인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해 두 팔이 부러지는 전치 9주의 중상을 입은 인도네시아 외국인노동자 헬미(27), 모스토파(27) 와르토(30) 씨. 큰 꿈을 안고 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두 팔이 부러지는 중상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헬미씨는 “이제 일 못해서 어떡해요. 3년 동안 일해서 돈 많이 벌어가야 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내가 돈을 보내주기만 기다리고 있는데…하지만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요. 이제 일도 못하니깐 빨리 고국으로 돌아갈래요”라며 병원에 누워 고개를 떨구며 울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이들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부상당한 팔이 완전히 정상인처럼 움직이지는 못해 남들보다 월급은 조금 덜 받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며 고국행을 접었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빚진 돈을 갚고, 자신이 성공하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들 역시 불법체류를 해서라도 반드시 코리아드림을 일구고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브로커 개입, 빚내서 송출비용 마련
공식 비용 300만원…실제 1천만원


이처럼 외국인노동자들이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리고 체불·폭행 등의 불이익을 당하면서까지 불법체류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송출업체를 통해 한국에 들어올 때 드는 비용은 작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천500만원까지다. 외국인노동자의 초임이 60~90만원임을 감안할 때 꼬박 1년 이상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이 빛을 갚을 수 있다. 대개는 빚을 갚는데 2~3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결국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3년의 기간은 이들의 목적인 돈을 벌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것.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근무지를 이탈, 돈을 더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송출비용이 부풀려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으로 오는 과정은 이렇다. 한국어시험 통과 후 건강검진, 구직신청을 하면 한국으로 보내지는 구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다. 한국에 있는 고용주가 그 명단에서 구직자를 선택하면 구직자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총 85시간의 사전교육을 받는다. 입국 5일전 한국어 교육, 문화교육 등 최종적으로 교육받고 한국으로 온다.

다소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명단에 이름이 오른 구직자들의 대기기간은 빠르면 한달이지만 늦으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 돈을 벌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브로커들에게 어마어마한 송출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송출비용은 외국인노동자들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태국 출신 타나폰(33) 씨 아버지 솜삭(57) 씨는 “딸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공식적인 비용 외에 10만 바트(한화 300만원)가 더 들었다. 빚을 져 마련했기 때문에 그동안 생활이 힘들었다”며 “주변에서 한국에 자식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엄청난 송출비용 때문에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은 “태국에서 사전교육기관 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은 1곳 뿐, 나머지 26곳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전교육기관의 브로커 개입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사전교육기관을 줄이고 국가가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코리아드림’을 통해 가난을 탈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1천만원을 호가하는 송출비용과 송출제도의 허점으로 인한 빚더미에 쌓여 코리아드림은 이루지도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7년째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는 베트남 옹푸 씨 가족은 옹푸씨가 고향에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재회의 날은 기약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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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 부추기는 고용허가제
기간연장 등 제도보완 뒤따라야


하지만 송출문제를 송출국가의 문제로만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산업연수생 제도에 이은 고용허가제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들이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노동자와 다른 차별을 받으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되고 지난 2007년 1월부터 고용허가제로 바뀌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가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간, 업체 등은 제한하되 국내 노동자와 같은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노동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으며 단체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제도가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불법체류 비율이 여전히 높고 송출비용 또한 낮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취업기간 3년’ 제한이 불법체류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입국비용을 갚는 데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에 불법체류를 하더라도 더 일하기를 원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3년동안 기술을 익힌 숙련공은 쓰임새가 많다.

이들을 내보내고 또 다른 비숙련공을 받아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또 ‘사업장 이동 제한’도 문제다. 회사도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외국인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계약 당시 근로환경과 실제가 달라 이직을 하고 싶어도 속수무책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불법체류 뿐 아니라 애초부터 고용허가제를 거치지 않고, 브로커를 통한 관광비자로 입국하거나, 취업형 국제결혼을 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김봉구 소장은 “송출국가의 송출비리는 한국사회의 불법체류로 이어지고, 한국사회의 고용 제도적 문제는 송출국가의 송출비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며 “송출국가와 도입국가인 한국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송출비리 근절을 위해 정부가 베트남, 태국 등 MOU체결국가 현지 답사를 나서 실태를 점검하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임의제 전환, 고용보험 의무제 전환, 외국인노동자 한글교재 지원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외국인노동자가 원하면 2년 정도를 연장해 5년 취업비자를 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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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 터 / 뷰 /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지사 지인웅 지사장

“송출비리근절 칼자루는 한국사회가 쥐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현재 베트남 사회는 송출비리를 넘어 송출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는 이들의 한국사랑(?)이 도를 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지사 지인웅 지사장은 베트남 공직사회까지 일반화되어 있는 ‘커미션 문화’가 송출비리의 근절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의 송출비리는 예비시험에서부터 시작된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한국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각 성에서 예비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국어 시험 합격률이 85%로 높다보니 먼저 예비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한국행’을 결정짓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 지사장은 “예비시험은 각 성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문제유출, 대리시험, 채점부정 등의 과정에 공직자들이 연류된 비리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송출비용이 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송출과정을 국가에서 하는 것처럼 그대로 따라하고는 마지막 공항에서 도주해 버리는 송출사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 지사장은 이같은 송출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지사장은 “계속되는 예비시험 과정에서의 비리로 인해 예비시험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수입국가인 한국정부다.

한국정부가 베트남 국가 등 송출국가를 상대로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협약을 파기 하는 등의 강력한 정부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 고용허가제를 만들 때는 불법체류가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5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순히 송출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외교적으로 단·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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