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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우리의 보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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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우리의 보신문화

양산시민신문 기자 245호 입력 2008/08/26 17:20 수정 2008.08.26 04:44

ⓒ 양산시민신문
신애숙
양산대학 호텔조리과 교수  




올해는 무척이나 무덥고 예기치 못한 날씨의 이변을 맞으며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보강하기 위한 스태미너식의 대표로 보신탕을 꼽고 있으며,그것은 개고기가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특히 초복, 중복, 말복을 지나면서 성시를 이루는 보신탕을 영양탕이라 명명하며 먹어오면서도 우리는 끊임없는 보신탕의 찬반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 또한 음식문화의 아이러니 일지도 모른다.
 
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식용으로 구장, 개장국, 구육, 구탕을 만드는 구(狗)와 맹견, 애견이라 칭하며 충성을 상징하고 견공이라는 존칭어까지 서슴치 않고 부르는 견(犬)이 그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들이 즐기는 식용과 집을 지키며 충성을 다하는 개를 뚜렷이 구분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의 역사는 매우 뿌리가 깊으며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 음식문화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하여 우리의 개식용 음식문화가 자신감을 잃었다. 그리하여 우리끼리도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일부 폄하하는 성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개 식용 음식문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보편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경문화로 정착하였다. 가난했던 우리조상들은 소는 농사에 필요한 동물이며, 돼지는 다산으로 인해 채산성이 높고 많은 양의 고기를 제공하는 고사성 동물이며,닭은 알을 낳아주며 고기를 제공하는 가축으로 귀하게 여겼다. 이에 반해 개는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동물이었다. 대문이 없어도 될 만큼 특별히 가져갈 것이 없는 집을 지키는 개의 역할은 그다지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헌상 개식용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사마천의 <사기> <주역> <예기>에 개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명나라,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상류층의 고급음식이었다. 그리고 <논어> <소학>에도 제사에 개고기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잡는 장면이 있는 고구려 벽화가 최초인 것으로 고려시대에 구워먹는 풍습, <조선왕조실록> <동국세시기>에 구장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프랑스선교사 달렌의 <조선 교회사>에 조선에 가장 맛있는 고기로 소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가장 주된 음식이 개고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개고기를 복날, 한여름 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여기는 것에는 음양오행에 입각한 철학이 담겨있다. 즉, 복은 한자로 伏으로써, 사람(人) 옆에 개(犬)가 있는 모습이다. 즉, 사람이 개처럼 납작 누워있는 형상을 그리는 것이 여름더위의 극치인 복날이라는 것이다.

여름은 오행에 있어 火기가 성하고 金기가 쇠퇴되어 있어 사람들이 기운을 차릴 수 없으므로 음식 중 金기가 가장 센 개고기를 섭취하여 몸속의 약해진 金기를 올려 火기를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고기 식용문화는 바로 우리조상들의 합리적인 슬기였던 것이다.
 
개는 사람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그리고 충직한 동물을 대표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욕을 할때 '개 만도 못한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개와 관련된 속된 말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결국 개는 짐승이며 가축에 불과한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중국, 필리핀, 태국,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개고기가 즐겨먹는 음식에 속한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달팽이와 말고기를 즐겨먹으며, 중국은 다리가 두 개인 사람과 다리가 네 개인 책상을 제외하고는 못 먹는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식재료가 다양하다.

그리고 힌두교를 믿는 사람은 쇠고기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으로 여기고, 이슬람교와 유태교인은 돼지고기를 금기한다. 일본인은 말고기를 즐기는 반면 우리나라는 말고기를 꺼린다. 내가 먹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야만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고가 아닐까 한다. 이는 문화적인 편견인 것이다.
 
다만 뱀, 지렁이,까마귀, 곰발바닥, 웅담, 천연기념물 등 보신을 위해서라면 외국 원정도 마다않고 해외로까지 나가 먹어야 하는 일부 보신을 맹종하는 사람들의 보신문화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음식의 흐름, 역사, 유래,유행, 선호 등 모든 것을 통틀어 우리는 음식문화라는 표현을 쓴다.
 
음식은 문화를 매개로 가장 원초적이면서 기본적인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자체로 사회이며, 민족이며 역사, 변화라고 한다. 경제, 철학, 예술이며 생활이며, 또 하나의 행복을 가져오는 매개체이다.

그런 음식문화는 나라마다 민족마다 환경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인정하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며 묵시적 헌장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의 음식문화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선진문화와 더불어 우리모두 선진사고로 변모해 가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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