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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의중국알기] '베이징 올림픽' 소감..
오피니언

[조광수의중국알기] '베이징 올림픽' 소감

양산시민신문 기자 246호 입력 2008/09/02 18:38 수정 2008.09.02 05:12

ⓒ 양산시민신문
조광수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멋있었다. 번듯했다. 세련되고 장중했다. 그리고 섬뜩했다. 중국이 100년을 기다려 7년을 준비했던 올림픽 행사가 그렇게 끝났다.
 
무엇보다 개회식이 압권이었다. 장이머우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기막힌 색깔 감각과 인해전술을 내용있게 활용했다. 공자의 '먼 데서 온 벗을 반긴다'는 말씀으로 시작한 환영식은, 세계 4대 발명품들을 두루 보여주고, 해양을 개척했지만 정복이 아닌 평화적 순행이었던 명나라 정화의 뱃길을 따라갔으며,서예와 태극권을 선보였다.

성화도 무협을 원용하여 하늘을 날고 뛰어 점화시켰다. 중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코드들이다. 그리고 중국이 다민족 통일국가임을 강조하기 위해 56개 민족이 고유 의상을 입고 함께 하는 모습을 굳이 연출하는가 하면, 미래 세계를 이끌 것임을 암시하듯 어린 아이들의 갖가지 웃는 표정을 오랫동안 보여주기도 했다.

세상에 1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1만5천명을 1년 동안 훈련시킬 수 있는 나라는 오직 중국 밖에 없다. 설령 빚을 지더라도 일단 손님을 후대하고 보는 중국 사람의 손 큰 접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음, 경기 진행은 대체로 매끄러웠다. 새 둥지처럼 지은 환상적인 주경기장과 도심 한 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은 수영장 그리고 도시 곳곳의 대학 시설 등에서 진행된 경기는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약간의 편파 판정과 일부 중국 관객들의 무례한 행태는 거슬렸지만 이해의 범위 안에 드는 정도였다. 한국이 역대 최고의 메달을 따고서도 정작 주최국 관중들의 응원과 축하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친근감과 경쟁의식을 동시에 느끼는 중국인들의 딜레마로 받아들이면 된다.
 
끝으로, 경기 결과는 미국 보다 많은 금메달을 딴 중국이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메달 수 전체로 계산하면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10개 많지만 아무래도 동메달과 금메달을 등가로 쳐줄 수는 없는 것이니 중국의 1위는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 결과는 중국의 분투이기도하고 미국 체육의 약화이기도 하다. 종합 성적 10위 안의 나라들을 보면 역시 경제력으로나 영향력으로나 단연 G10에 드는 나라들이다. 한국이 예외적으로 순위를 앞서는 것이 특이하나, 한국은 벌써부터 스포츠로는 G7 국가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묵직한 내공의 과거와 욱일승천하는 기세의 현재 그리고 소프트 파워로서의 미래 중국을 보여주고자 애썼다. 좋아하는 숫자인 8을 겹쳐 복을 얻겠다고 개회도 한 여름인 8월 8일에 강행했다.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것이 원래 호사다마다. 잔치를 앞두고 티베트 사태와 쓰촨 지진이 발생했는가하면, 대회 기간 중 과도한 주민 통제 같은 인권 문제에다 올림픽 후유증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중국은 정부가 시장이나 시민사회 보다 일방적으로 강한 개발독재의 나라다. 스타디움에서의 불꽃놀이를 위해 얼마든지 도시 전체를 깜깜하게 만들 수 있고, 공기 정화를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도시 유민들의 바깥출입을 통제할 수도 있다. 물론 언론 보도의 내용도 통제하고, 외국인들의 자연스런 응원도 제한할 수 있다. 명백한 사실은 중국은 아직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정치나 자발적 시민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추구하다보니 글로벌 기준과는 차이가 난다. '중국 특색'이 과연 긍정적인 의미에서 중국이 만든 세계 보편주의가 될지 아니면 그저 촌스러운 자기만의 중국주의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 중국의 조야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외부에선 흔들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아주 요령부득한 체제를 30년 동안 유지하며 연 평균 9%가 넘는 성장을 해온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과 비교할 모델은 없다. 중국은 문자 그대로 전대미문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니 올림픽 개최 후유증이란 기왕의 예가 꼭 같이 중국에도 적용될지 단언할 수 없다.

고물가에 고유가 그리고 경기침체라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나홀로 건재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8개월 사이에 60%나 빠진 주가지수처럼 중국 경제가 올림픽 이후 급전직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작은 규모의 경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에 관한 한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우려가 존재한다. 여전히 중국의 실체에 대한 이해보다 중국위협론이나 중국붕괴론 같은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견해들이 만연되어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실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비록 가려지고 포장되고 이쁜 쪽으로만 꾸며진 모습이지만,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장막이란 것도 쉬이 걷을 수 있는 것이어서 숨겨진 뒷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별 근거도 없이 막연히 무시하는 중국관을 깨고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올림픽을 감상하느라 잠을 설친 세계인들은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수확을 얻었다면 중국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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