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
사회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④ 무지개빛 지역사회를 바란다
“내 이웃은 외국인 주민”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246호 입력 2008/09/02 18:56 수정 2008.09.02 05:30

일곱 빛깔의 줄 무지개. 빨강, 주황, 노랑…한줄 한줄 고유의 빛깔도 아름답지만 일곱 빛깔이 함께 반원을 이룰 때 비로소 곱디 고운 무지개빛이 탄생한다. 다문화사회는 ‘통합’이 아니라 무지개와 같은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을 한국어만 사용하고 한국음식만을 먹는 한국인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한국사회에 받아들여야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무지개빛 한국사회가 되는 참된 길이다.

안산시는 3만명이 넘는 외국인을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으로 인식,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외국인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산시는 외국인정책은 국제도시 위상 확보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까지 이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한다며 이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서울시 구로구에는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이 있다.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파상풍 따위로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한 목사가 세운 작은 의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한줄기 서광의 빛이자,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 마지막 시간으로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와 서울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사례를 통해 양산지역이 이주민들과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무지개빛 지역사회’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

①양산 속 거주외국인의 현주소
②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③빛내서 한국행, 그 빚에 발목 잡혀
④ 무지개빛 지역사회를 바란다


↑↑ 진정한 다문화 지역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통합’이 아니라 무지개빛 같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안산시 원곡본동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더는 이방인이 아닌 지역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안산시 ‘국경없는 마을’ 지역명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안산중앙실업학교 부근 도로는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중국, 몽골, 베트남, 필리핀, 나이지리아, 러시아,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했다.

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이 과일가게에서 한국인 주인과 가격흥정을 벌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글 간판보다 간자체 한문 간판이 더 크게 붙은 상점 밀집지역에서는 조선족들이 공중전화를 붙잡고 유창한 중국말로 통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행정구역으로 안산시 원곡본동에 속하는 이 도로는 속칭 ‘외국인 거리’, ‘국경없는 마을’로 더 유명하다. 안산시에 등록된 외국인 수는 58개국 3만2천512명에 이르며, 이곳 원곡본동은 외국인 비율이 39.4%로 3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전형적인 다문화 지역사회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안산시는 이들 외국인을 자연히 지역주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조금은 특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전국 유일의 정부기관인 외국인주민센터를 설립했다.


↑↑ (사진 위)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는 8개국 언어가 가능한 이주민 통역지원센터를 두고 각종 민원과 상담을 도맡아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전국최초, 외국인주민센터 설립

원곡본동에 설립된 이 센터는 센터운영을 총괄하는 다자외무담당, 다문화공동체 축제 등을 추진하는 지구촌문화담당, 한글·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국제교육담당, 복지시책 등을 개발하는 외국인인권담당 등으로 부서를 나눠 17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며, 거주 외국인 대표자 회의를 구성해 각국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우선 365일 연중무휴로 센터를 운영하며 외환송금센터를 유치, 주말에도 문을 열고 21개국 80명의 외국인모니터 요원을 두고 있다. 또 8개국 언어가 가능한 이주민통역지원센터에서 각종 민원과 상담을 도맡아하고 있었다.

센터 내·외부의 모습 또한 외국인들을 위한 안산시의 노력과 세심한 배려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건물 앞에는 세계 각 나라가 빼곡히 적힌 푯말이 제각각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 실제 그 나라의 방향대로 뻗어 있어 그 쪽으로 걸어가면 그 나라가 나타난다고 한다. 또 건물전체에는 외국인노동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각국 언어로 적혀 있다.

외국인주민센터 김창모 소장은 “말로만 다인종, 다문화를 외친다고 국민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부딪히며 접촉 횟수를 높여갈 때 편견도, 선입견도 사라지게 된다”며 “진정으로 다문화 지역사회를 바란다면 지자체는 일상에서 피부로 체험되는 밀착형 다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된 외국인

지자체의 행정지원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외국인들의 의료지원 분야다. 사실상 제도권 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사고의 빈도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골절 및 절단 등의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유해한 작업장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무리하게 작업해 소음성 난청, 유기화학용제에 의한 중독, 기흉 등의 직업병이 발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의료복지는 불법체류자라서, 혹은 의료보험이 없어서라는 등의 이유로 열악한 상황이다.


↑↑ 사진 아래 왼쪽) 국내 유일의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은 ‘한 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의지로 한 목사가 설립, 전액 무료이며 장례까지 책임져주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전액 무료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에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이 문을 열었다. 병원을 설립한 김해성 목사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당연한 이유로 병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바로 ‘한 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이유다.

그도 그럴것이 건축현장에서 못에 발이 찔린 재중동포가 병원 한번 가보지 못해 파상풍으로 죽고, 감기가 걸린 동남아 외국인이 치료를 못해 폐렴이 되고 폐혈증이 되면서 결국 사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일반병원처럼 진료실과 수술실, 입원실, 물리치료실이 있다. 또 약국, 외국인전용 치과와 한의원까지 갖춰져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무료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4만명이 넘게 진료를 받으면서 하루에 거의 200명 가까이 이 병원을 찾고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난 5월 이 병원에 입원한 중국동포 홍천학(64) 씨의 아내 김명옥(60) 씨는 “한국에 온지 1년도 채 안돼 이렇게 쓰러지고 말았다”며 “쫓겨나다 시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김 목사님을 만나게 됐는데,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남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무료로 치료해 주니 우리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색사업 멈추고, 실제 필요사업 해야

안산외국인주민센터와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이 모범사례로 인식되는 이유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기 때문이다. 행정·의료 지원은 지역사회에서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이지만,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방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같은 정책에서 외면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양산지역도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식 경쟁적 지원 사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이지연 사무국장은 “양산에는 외국인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회성 행사나 생색내기식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예를 들어 결혼이주여성 모두에게 한글교실, 김치담그기 수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글교실은 2년 미만의 여성들에게 필요하며, 이후에는 2세 아동지원, 나아가서는 취업지원 등 연차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똑같은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원 네트워크를 형성에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업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의결된 <양산시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 역시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산결혼이민자지원센터 이영화 센터장은 “2년 동안 표류 중이었다 겨우 의결된 조례안인데,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사업이 없어 예산편성이 되지 않고 있다”며 “조례안이 활성화되려면 이주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국인위원회를 만들어 사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양산시도 안산외국인주민센터와 같은 이주민 전담부서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현재 사회복지과, 경제기업과, 민원지적과 등 3개 부서로 나눠져 있어 지원사업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