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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나'를 학대하는 그대 이름은 여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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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나'를 학대하는 그대 이름은 여자 그리고 가부장제

양산시민신문 기자 248호 입력 2008/09/23 17:04 수정 2008.09.23 04:58

ⓒ 양산시민신문
주순미
독서치료사 


마음을 푹 내려놓고 '이년, 저년'이라는 비속어를 갖다 붙이며 3개월마다 갖는 작은 모임이 있다. 내게 있어 그 모임은 절반은 식상하다는 것과 또 다른 절반은 은근하게 기다린다는 이분법적 마음을 지니게 한다.
 
만날 때마다 그들은 주로 시댁과 남편,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겪은 마음 상함과 불편함을 언어로 만들어진 배설물로 마구 쏟아낸다.
 
자신을 억압하지는 않는 수다요법의 첫 단계는 해소로서, 주눅 들지 않고 마음의 자가 치유를 한 그들이라면 난 주로 들어주는 척 나를 위장하며 수다로 연대감을 이뤄가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기에 그런 이분법적 마음이 나를 지배했을 것이다.
 
막연한 조갈증을 느낄 즈음 만나게 된 오한숙희의 '수다가 사람 살려'는 나를 둘러싼 위장(척하기)된 마음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게 만든 책이다.
 
맏딸이라는 이유로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현재 20년 근속상은 받았지만 정작 친정엄마는 딸의 등골을 빼먹고 살 만큼 유행에 뒤쳐지기 싫어 큰딸에게 끝없이 돈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오늘도 핏기 없는 얼굴과 마음을 안고 회사로 향하는 서른아홉의 S.
 
한 번씩 재발한다는 신장의 아픔을 지닌 채 회사에서 일하랴, 집에선 건강한(?) 시어머니와 아이들 뒷바라지하랴, 정작 남편은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게 될까봐 과감하게 새 차를 사버리고 신장에 투석까지 해가면서 직장을 그만 두지 못하는 서른일곱의 K.
 
여기에 소개하는 두 사람은 직장생활이 15년이 넘었으며 아이를 낳았으되 아이의 커가는 과정이나 변화를 가까이에 두고 지켜볼 수 없었다.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직장을 그만 두고 제 손으로 키워보는 것이 큰 소원이라던 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를 학대하는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가부장제의 여자인 것이다.
 
그들의 수다를 수다 그 자체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끊임없는 해결책을 찾으려 시름시름 앓기도 했으며, 그것이 나를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수다가 사람 살려'가 그들과의 관계를 편안하게 맺어주면서 수다형식인 말하기의 감정표출은 해방감에 날개를 달았다.

그래! 섣부른 판단이나 분석하지 않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수다의녀가 말하는 '수다가 사람 살려'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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