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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 고] 학생들에겐 경쟁보다 꿈과 희망이 필요..
교육

[기 고] 학생들에겐 경쟁보다 꿈과 희망이 필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250호 입력 2008/10/07 14:47 수정 2008.10.07 02:45

 
↑↑ 유병준
물금고등학교 교사
ⓒ 양산시민신문 
매년 10월에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기초수학 등을 평가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10월 8일이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등 5개 교과를 평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10월 14일과 15일에 실시된다.

이 시험과 관련하여 교육과학부는 작년까지 전체 학생의 3%를 표집해 실시했던 것을 올해부터 전체 학생으로 확대해서 실시하고, 학교정보공개법이 시행되는 2010년부터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학교 홈페이지에 해당 등급의 학생 비율을 전년도와 비교해서 공개도 해야 한다고 한다.
 
교육과학부의 이러한 발표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공개와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부와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교육의 실천적 장면에서 바라보면 이것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발표 내용을 보고, 동료 교사,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뉜다.
 
학교 간 경쟁을 해야 성적이 오르기 때문에 적극 찬성한다는 말도 있고, 찬성하기는 하지만 학교 간 성적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 초등학교에서 평가를 등수로 매기지 않고 추상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적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있는 평가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전국적으로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을 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한다.

더욱이 다양한 학생들이 배우는 학교에서 한 가지 시험만으로 학교 간 성적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고사 형태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게 되면 학교는 어떻게 달라질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학교는 좋은 성적 받기에 다 걸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수업은 시험을 대비한 문제풀이식이 주를 이룰 것이고, 만약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는 나쁜 학교로 낙인까지 찍힐 거란다.

심지어는 성적이 낮은 학생을 줄이기 위한 비교육적 행위도 일어나지 않겠냐고 울분을 토한다. 결국 전국의 학교를 성적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획일화하는 문제도 낳을 것이란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당사자인 아이들은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도 참 궁금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의견은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성적 때문에 자유로운 생각마저 검열당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쉽게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 문제로 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원인이 교육의 목적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수단에만 몰두해 있는 것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 형태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의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 성적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고 아이들을 성적에만 목매달게 하여 공부 이외에도 삶에서 가져야 할 이상과 가치를 가지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단은 목적에 맞는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논의 없이 무조건 수단만을 강구하려는 것은 실패를 예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경쟁보다는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목적에 대한 진지한 성찰 뒤에 수단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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