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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한줄의노트[]고래는 울지 않는다..
사회

[시한줄의노트[]고래는 울지 않는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250호 입력 2008/10/07 18:33 수정 2008.10.07 06:26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고물상 최가 안주 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천 물살에 떠밀려 온 술고래들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갈라진 등이 보인다
상처를 감추며 허풍을 떠는 제일부동산 강가
아무도 믿지 않는 얘기
허공으로 뻥뻥 쏘아 올린다
물가로 밀려난 고래들, 돌아갈 수 없는
푸른 바다를 끌어 와 무릎에 앉힌다
새벽이 오면 저 외로운 고래들
하나 둘,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
파도를 헤치고 무사히 섬에 닿을 수 있을지...
바다엔 안개가 자욱하다
스크류처럼 씽씽 곱창집 환풍기 돌아간다
.......................


우리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일컬어 술고래라 합니다. 시인은 이 시대의 가장을 <술고래>로 치환시켜 사내들의 고단한 삶을, 그 내면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군요. 술고래와 안개, 곱창집과 환풍기가 자연스럽게 잇닿으며 가장들의 쓸쓸한 저녁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시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은 <청계천 물살에 떠밀려 온 술고래들/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갈라진 등이 보인다> 에서처럼, 상상력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겠다 싶습니다.

<새벽이 오면 저 외로운 고래들/ 하나 둘,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의 직관에 이르러 어쩐지 마음이 짠해지는군요. 부디 파도를 헤치고 가는 사내들이 무사히 섬에 닿기를, 이 시인이 오래도록 좋은 시를 생산하길 바라봅니다.

마경덕 시인
1954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출생했다.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이 당선되다. 시집으로 '신발論'(문학의 전당, 200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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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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