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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징용피해 역사기념관 건립을 환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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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징용피해 역사기념관 건립을 환영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250호 입력 2008/10/07 18:40 수정 2008.10.07 06:34

ⓒ 양산시민신문
최영호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과거 한국정부는 일제시기 강제동원 당한 징용노무자 등에게 그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하며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정부에게 청구권 자금을 요구했다. 일본측은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보상 임무를 모두 한국정부에 떠넘기는 조건으로 1966년부터 10년에 걸쳐 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정부는 청구권 자금을 경제개발에 필요한 종자돈으로 사용하면서 정작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 정부가 뒤늦게 피해 보상에 나섰으면서도 그것도 9천명 정도의 사망자 피해에 대해서만 30만원씩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참여정부에 들어서야 한일회담 자료의 공개와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 작업이 시작되었고 인도적인 차원의 피해자 지원 대책이 수립되었다. 그 결과 올해 9월 1일부터 지방별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지원 신청서 접수를 받고 있다.

해외에 강제동원 되어 사망한 사람, 행방불명된 사람, 부상으로 장해를 입은 사람, 국내로 돌아온 사람 가운데 생존자, 미수금 피해자 유가족을 그 대상으로 하여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예산상 제약 등으로 인하여 아무리 해도 피해자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금전적 지원과 병행하여 강제동원 피해에 관한 역사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을 추진해 왔다. 일찍이 2004년 9월에 발효된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은 제3조 2항에서 '추도공간 및 사료관 조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2007년 5월부터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 공간 및 기념시설 건립을 위한 기본 계획안을 마련하고 예산 관계부처와 협의를 개시했다. 여기에는 위원회가 규명작업의 종료를 앞두고 이제까지 3년간에 걸쳐 피해자들과 연구자들로부터 입수한 방대한 자료들을 보관하고 활용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에 걸친 제1차 사업에서 총 470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기념관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9월 4일 부산시 자치행정관실은 보도자료를 통하여 '일제강제동원 역사기념관'(가칭)을 부산시 남구 소재 당곡근린공원내에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인에게는 일제의 수탈과 강제동원의 실상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고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에게는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있는 형태로 기념관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총 7만 6천여㎡의 부지에 건설되는 기념관 내부에는 추도탑 등의 추도시설과 각종 전시실, 문서 등의 자료를 보관할 저장고, 극장 및 교육용 강당, 휴게실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그간 기념관 유치를 위하여 부산,충남, 경기, 경남, 제주 등 후보 지역이 경합을 벌였다. 위원회는 피해자 단체를 모아 공청회를 거쳤으며 기념관건립 자문위원들에게 접근성, 경제성, 환경성, 역사성, 사업추진 용이성 등의 항목으로 평가하게 한 결과 부산을 최적지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위원회는 1단계로 올해 기본조사 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12년까지 기념관을 완공할 계획이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2단계 사업으로 테마공원과 수목원이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로 1천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35억원 상당의 부지를 부산시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나머지 예산은 국비에서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부산시는 근린공원 주변의 문화회관, 시립박물관, 평화공원 등과 잘 어울리도록 용역단계서부터 위원회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기존의 추도시설과의 차별화로 세계적인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 일제시기에 일본열도와 대륙을 잇는 민간 이동의 접점이 되었던 지역으로 군국주의에 의한 강제동원의 역사를 되새기는데 어느 지역보다도 그 역사성이 풍부한 곳이다.

1905년부터 1945년까지 40년간에 걸쳐 3천만 명 이상이 부산항을 들락거린 연락선을 이용했다. 이 가운데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 강제 동원된 수십만 한국인도 들어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에 일제시기 민간 피해의 역사자료관이 건립되는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건립될 기념관이 자료관, 전시관, 피해자 추도 시설로서의 복합 기능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바라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난날의 어두운 역사를 돌이켜 보고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평화의 고귀함을 되새기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사업의 의미가 부산과 맞닿아 있는 양산에서도 되새길 수 있는 실천으로 구체화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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