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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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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소중한 것

양산시민신문 기자 252호 입력 2008/10/21 17:06 수정 2008.10.21 05:03

ⓒ 양산시민신문
신민생
양산대학 전기전자기계과 교수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인물 중에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있다.

전북 남원 출생으로 이리남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57년 이리 동중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으니 교육경력 50년이 넘는 원로 교육자이다.

교장과 교육장, 교육국장, 남서울대학교의 총장, 민선4대 서울시 교육감을 역임했고, 선거를 통해 2010년 6월 말까지 교육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과 1년에 6조1천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예산집행의 결정권, 교직원 5만5천여명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사실상 대한민국 16개 시ㆍ도 교육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도 더 가지고 싶고, 소중한 것을 가지지 못한 몹시 배고픈 사람인 것 같다.

양산시의 일 년의 세수가 2천634억원, 경상남도에서 세수가 가장 많은 창원의 5천889억원에 비교하면, 서울시 교육 예산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공교육감은 지난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사설학원 원장으로 부터 10억 여 원을 빌렸고, 이자를 주지 않기로 이들과 약정했다는 소가 웃을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자까지 쳐서 모두 갚았다"고 했다가 "이자는 갚지 않고 원금만 갚았다"고 말을 바꿨고, "원금 가운데 일부는 아직 갚지 못했다"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
 
현직 교장들은 공 교육감에게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격려금'을 건넸다고도 한다. 5억984만원의 거금을 학원 원장이 이자 한 푼 받지 않고 왜 빌려주었으며, 교원 승진 등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 교장들은 왜 돈을 건넸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처럼 바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는데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갈팡질팡했고, 초 중등교육의 수장인 서울시 교육감은 코메디언이 되어 온 국민들에게 쓴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배나무 밭에서는 갓끈을 매지 않았던 옛 선인들은 오해받을 짓을 아예 하지 않았다 한다. 공사현장에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조심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고, 명의를 찾는 것 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육자가 존경을 받으려면 자신을 냉혹하게 지키고, 청렴하게 살아야 하는데 교육이라는 큰 뜻에는 관심이 없고,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직을 선택하려 했거나, 또 선택한 사람은 없는지, 내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스웨덴에서 있었던 몹시 슬픈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아침,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버스가 승객을 가득 싣고 달리고 있었다. 정류장을 출발하여 달리던 버스는 유치원 앞 건널목에 이르렀고, 건널목을 손을 들고 건너던 유치원생을 발견한 기사는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피해서 핸들을 꺾는다면 마주오던 차와 부딪치거나, 인도로 버스가 올라가면 버스가 전복이 되어 타고 있는 많은 승객들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핸들을 꺽지 않고 그냥 달리면 아이가 희생이 된다는 사실에 그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곧 바로 아이를 향해 차를 모는 것이었다. 달리는 버스에 부딪힌 아이는 그 자리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린 목숨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버스기사를 한목소리가 되어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했다.

심지어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자신의 목숨은 구해 준 기사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보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의 불쌍한 죽음에 슬퍼했다. 그러나 더 슬퍼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버스기사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처참한 광경에 모두 넋을 잃고 있을 때, 버스에서 조용히 내린 버스기사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주검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흐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아들아"라고 말했던 것이다. 비정한 아버지는 남의 소중한 것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버렸던 것이다.
 
그 길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차선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힘든 결정에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한줄기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솟아오른다. 아직 나를 버리지 못하는 우리주변의 지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정말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싶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버릴 수 있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다정함, 자신의 몫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 아주 사소한 것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 더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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