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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행복한사회] "담배 한 갑만 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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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행복한사회] "담배 한 갑만 사 주세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253호 입력 2008/10/30 13:57 수정 2008.10.30 01:53

ⓒ 양산시민신문
우정원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청소년지원센터에 근무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은 자랑하듯이 청소년과의 특별한(?) 만남을 이야기 한다.

늦게 배회하는 청소년들에게 일찍 들어가라고 했다거나 담배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담배피지 말라고 한 것 등을 영웅담처럼 나에게 쏟아낸다.
 
최근에 담배 사달라는 청소년을 만났는데 "아저씨" 하고 불러 돌아보니 "돈 줄테니 담배 한 갑만 사 달라" 하더라. 황당해서 쳐다보면 '뭘 보냐, 이런 얘기 처음 듣냐'는 듯 힐끗 쳐다보고 가거나 간혹은 아주 동정어린 눈빛으로 "못 사가면 선배들한테 맞아죽는데 꼭 한 갑만 사 주세요!"라고 한다며 어찌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당연히 담배를 사주면 안 되지!! 담배를 사달라는 그 청소년들에게 언제부터 담배 피웠는지, 내가 담배를 사줄 수는 없다는 것과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돼"라고 말했지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얘기가 이쯤 되면 또 어른들 탓으로 레퍼토리가 넘어간다. 아이들이 담배 피우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그 담배를 팔거나 사주는 어른들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담배 속에 포함된 니코틴을 약물로 규정하고 니코틴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우리나라는 교복을 입고 있어도 담배를 피울 수 있게 재떨이까지 가져다주는 영업장도 있고, 집에서는 담배가 쉽게 눈에 뜨이게 방치하는 통에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은 담배를 끊어가고 청소년은 담배가 늘어간다.
 
어른과 청소년을 떠나 흡연을 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선택이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하면서 어른은 되고 청소년은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설득력이 없다. 청소년에게 나쁘면 어른에게도 나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담배 피는 청소년을 나쁜 놈, 이상한 놈, 사람 안될 놈으로 만들고 있다. 청소년 흡연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흡연하는 청소년을 놈ㆍ놈ㆍ놈으로만 보지 말고 흡연 청소년을 만들어 내는 사회 환경을 내가 먼저 건강하게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내가 자주 가는 슈퍼나 편의점, 구멍가게에서 만19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팔지 않도록 감시하고, 이런 법을 잘 지키는 가게를 더 많이 이용하자. 간접흡연의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금연에 힘쓰자.

내가 버린 꽁초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주워 환경을 깨끗이 한다. 어른이 먼저 이런 모습을 보이고 흡연 청소년들에게 금연할 것을 요구한다면 청소년의 흡연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청소년을 사랑하고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고 있음을 나의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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