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미국발 '신용 쓰나미'의 공포와 시사점..
오피니언

[화요살롱] 미국발 '신용 쓰나미'의 공포와 시사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10/30 14:03 수정 2009.02.27 09:56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ㆍ금융학과 교수



미국발 금융위기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패닉(공황)상태를 반영하듯 주식이 2005년 이후 딱 반값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넋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 내부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으로부터 파생된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이제는 주택가격 하락의 이유가 보다 분명해졌다.

바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가격하락의 폭이 어느 수준에 까지 이를 수 있을까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서브프라임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요즘 자국 내 금융위기의 여파로 집값이 주택을 담보로 해서 빌린 돈을 밑도는 룏언더워터(Under Water)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다 극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 미국의 주택소유자 6명 가운데 1명꼴인 1천200만 명이 이러한 언더워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2006년 말 300만 명, 2007년 말 660만 명에서 크게 늘어난 숫자다. 결국 언더워터에 있는 가계의 대출이자 지불 연기내지는 불능사태는 융자은행의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 증가 및 주택공급 과잉을 초래해 부동산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은행의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언더워터 현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잉태한 동인은 따로 있다. 바로 저금리다. 유동성이 확대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싼 이자로 우량 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소위 비우량 담보대출인 룏서브 프라임룑을 통해 많은 집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줄거나 실직하는 경우가 많아져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를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 부실채권으로서의 담보물건인 주택이 시장에 과잉공급 되면서 집값하락이 가속화된 것이다. 결국 룏저금리→유동성 확대→내 집 마련→(경기침체로 인한 소득감소 및 실직으로 인한)이자부담→담보물건 시장 내 적체→집값 하락 가속화룑라는 악순환이 지속된 결과로 언더워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태를 방치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집값의 추가적인 하락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프라임(우량) 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실화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다시 말해 주택 가격 조정이나 하락이 아닌 가격 폭락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문제는 프라임 대출은행의 리스크 관리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은 명약관하(明若觀火)하다. 이렇게 될 경우 소유 주택의 투매현상을 조장시켜 은행권의 부실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그러한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몰락은 세계 경제의 혼란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미 하원의 감독 및 정부개혁위원회가 실시한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를 백년에 한 번 나올만한 룏신용 쓰나미(once-in-a-century credit tsunami)룑에 비유했다.

저금리 상황을 만들었던 본인의 잘못을 백년에 한 번 저지를 수 있는 큰 잘못이라고 시인한 셈이다. 아직 최악은 아니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세계 전체를 언제 빠져나올지 알지 못하는 수렁으로 계속 밀어 넣고 있는 형국이다.

1997년, 우리는 한 차례 외환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때는 우리의 잘못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의 잘못도 아니면서 그때와 유사한 아니 더욱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가 처한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더욱 나쁜 결과 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의 언더워터 현상으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첫째, 집값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폭락장으로 시장이 가게해서는 안 된다. 주식도 그렇고 집값도 하락세가 분명하니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겠다는 것이 대세여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는데 국민의 눈치를 살피다가 대책의 효과를 보지도 못하고 실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기의 결과는 여론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국의 언더워터는 주택담보인정비율이80%에서발생했다. 즉, 집을 담보로 집값의 80% 수준까지 담보대출 해준 결과다.

우리의 경우에는 2005년 이후 엄격한 규제를 통해 대체로 40%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과 같이 집값이 대출금을 밑도는 현상이 발생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안심하시라. 어렵지만 이러 이러한 대책을 통해 반드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오히려 그 어떤 대책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은 경제도 심리고 부동산도 심리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