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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베이징 한일정상회담과 후속 과제 ..
오피니언

[화요살롱] 베이징 한일정상회담과 후속 과제

양산시민신문 기자 254호 입력 2008/11/05 10:34 수정 2008.11.05 10:31

ⓒ 양산시민신문
최영호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지난달 24일 ASEM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자간 회의와 개별 회담을 연쇄적으로 갖는 가운데 오전에는 아소다로(麻生太郞) 수상과 35분간에 걸친 짧으면서도 의미 깊은 회담을 가졌다. 아소 수상은 이번 ASEM을 계기로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중국의 정상을 만나게 되었다.
 
독도 문제로 인한 양국 국민간의 불협화음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외교적 대화의 물꼬를 다시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금융위기를 맞아 다각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MB정부로서는 한국 국민들에게 외교적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반면에 아소 정부로서는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인하여 북핵문제와 '납치'문제에 관한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국내 여론에 대해 외교적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다.

게다가 이번에 한국을 포함하여 여러 ASEM 국가들이 국제경제 위기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한 것은 자민당 정부에게 야당으로부터의 중의원 조속 해산 공격을 일시 방어할 수 있는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한국의 청와대 홈페이지와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에는 공통적으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파트너십 관계' 구축을 향하여 함께 노력해 가자는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고 또한 북한 문제와 국제금융위기 대처, 동북아 지역협력 등 공동관심사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되어있다.

한국측은 대체로 국제금융위기 대처방안에 관한 논의에 중점을 두어 회담 결과를 홍보하고 있는데 반하여 일본측은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에 관한 공조 견해가 교환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하여 양국 정상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문제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양국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외교적 공동 과제를 내놓고 이에 대한 상호 협력 의사를 확인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외교담당자들이 실행해야 할 후속 작업 과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는 한일 양국 외교관계 전반에 걸쳐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일이다. 소위 '성숙한 파트너십 관계'의 기초를 쌓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측이 독도영유권문제를 포함하여 역사인식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안고 있는 협소한 입장을 이해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정상회담 후 일본정부가 "일본이 침략국이었다는 것은 억울한 누명"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항공막료장을 즉각 파면시킴으로써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러한 과제에서 볼 때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국제경제 위기에 대해 양국 정부가 긴밀하면서도 실효성 높게 공동 대응해 나가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800억불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공동기금 조성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국제금융시장이나 양국의 금융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수시로 상호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셋째는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 양국 정부가 공동보조(步調)의 리듬을 조율하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아소 수상은 일본에게 있어서 북핵문제와 함께 '납치'문제가 중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한국측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의 입장에 대한 원론적인 지지 태도를 표명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양국 정상은 최근 북미간 합의에 따른 향후 핵불능화 조치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조해 가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5일 ASEM 회의 이틀째 오찬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꺼냈다. 그는 6자회담 틀 안에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계속 설득하고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큰 위협인 동시에 세계 전체의 위협이기도 한 만큼 유럽국가 정상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전날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북핵문제에 관한 공조 자세를 결과적으로 한국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최근 MB정부가 북핵문제 등 대북문제에서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다른 강경한 입장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분히 미국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현 부시 행정부보다는 강경하게 북핵 문제에 대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미국의 차기 행정부 초기에 있어서는 북핵문제에 관한 한미일 공조체제가 지금보다 훨씬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이 계속 강조해 오고 있는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듯하다. 자칫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섣불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납치'문제를 둘러싼 과제로서 한국정부는 남북관계로 인한 손익 계산을 염두에 두고 어느 선에서 일본정부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야 할지 궁리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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