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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어려울 때 기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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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어려울 때 기억하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255호 입력 2008/11/11 17:42 수정 2008.11.11 05:45

ⓒ 양산시민신문
박미경
영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 이웃이 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안부를 묻고 하는 사이다. 그녀는 늘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에 차 있고 밝고 아름다웠다.

내가 집안의 큰 슬픔에 일상의 바쁨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지난해 어느 날, 그녀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보통 때와 다른 분위기의 그녀는 큰 수술을 하였고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하였다.
 
어느 일간지의 주말 섹션에 IMF 때 해고됐다 복직한 근로자들을 인터뷰 한 내용이 나왔다. 그 중 한 근로자는 해고 이전에 동료들과 가지던 술자리, 회사의 불만이 자연스레 나올 밖에 없는 그 술자리를 복직 후에는 더 이상 안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신 부업을 하든지 공부를 하든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어려울 때에 기댈 곳이 가족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고 부부가 같이 가계부도 쓰며 근검히 살게 되었단다. 이런 게 다 다시 어려움이 와도 헤쳐 나갈 힘이 될 것이라고 기자는 말했다.
 
그 근로자는 지혜롭게 어려움을 이겨냈다. 해고되는 어려움이 있었으므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깨닫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어려운 때를 보내야 하는지 본이 되기도 하며 희망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살다보면 원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가족을 잃은 슬픔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으며 또 관계나 건강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회가 다 같이 겪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런 것들도 삶의 일부분이며 그런 것들까지 포함하여 삶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비교하지 말라. 원망하지 말라. 위축되지 말라. 도망하지 말라.
 
무엇보다 내 마음대로 내 삶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하기 위하여 하루만 더, 아니 몇 시간만 더 갖기를 원했지만 갖지 못하고 인사도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던 이가 그렇게 갖고 싶던 삶이 아닌가.
 
삶 앞에 당당히 서서 견뎌야 할 것은 견디자. 맞설 것은 맞서자. 아픔도 내 삶이 아닌가. 슬픔도 생명이 있기에 느끼는 것이다. 살아만 있다면 그것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며 시간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지금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려움은 끝나게 되어 있고 그 어려움이 오히려 축복의 기회였다는 것을 말할 때가 올 것이다.
 
고통을 이기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꿈이 줄어들지 않도록. 오히려 그 고통으로 인하여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바로 잡고 소중한 것을 다시 찾게 되는 기회를 갖도록. 겉치레는 벗고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만족하자. 감사하자. 도움의 손길이 오면 건강하게 도움을 받고, 도와 줄 데가 없으면 혼자서라도 견뎌보자.
 
특히 서로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으며 갈 때 그 어려움이 오히려 축복으로 변할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이 풍성하게 될 뿐 아니라 이웃의 삶도 유익하게 할 수 있다. 서로에게 희망이 되자.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같이 슬퍼하며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리하여 슬픔에 빠진 이웃이 슬픔에 위축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당당히 서서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자. 그것이 내가 어려움을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어낸 사람은 참 귀하고 아름답다. 보배처럼 빛날 것이다. 삶의 모든 불순물이 빠지고 참 의미를 알기 때문에, 순금과 같을 것이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내 이웃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직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은 하지 못한다고 하며 조심스런 몸가짐이었지만, 당당함에 묻혀 있던 그녀의 순수한 미소가 드러나며 그녀는 예전보다 더 아름답게 빛났다.
 
-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 욥에 대한 이야기 중 23장 10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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